이 게시물의 제목 및 본문에 인용된 각종 속어는 이용규칙 게시판 제10조 및 추가사항을 따라 최소한으로 인용해 둔 것임을 먼저 밝혀드리겠습니다.
작금의 언어생활사정이 참으로 굉장합니다.
게다가 인터넷 밈 남용을 친근함의 표현으로 잘못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확대재생산되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는 LG CNS가 입사지원자에게 안내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면서 "쌉가능" 이라는 표현을 써서 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어원에 대해서 추적을 해 보니 크게 2가지로 약칭됩니다. 여성의 성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인 "씹" 이 변형된 것일 수도 있고, 쓸데없는 행동을 뜻하는 속어 "삽질" 에서 와서 발음이 거세져서 "쌉" 이라는 접두어가 생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 진짜 어원이든 간에 좋은 표현은 절대로 못되는 것임은 분명합니다.
결국 이 사건은 공론화되어 파장이 꽤 커지게 되자 LG CNS 측이 사과하기도 하였습니다('친근함의 선을 넘었나' LG CNS 인사팀, 쌉가능 표현 사과, 2019년 9월 18일 한국금융 기사).
그런데, 올해에는 결국 정부기관마저 제대로 사고를 쳤습니다.
통계청의 공식 유튜브 계정으로 가수 비의 뮤직비디오 "깡" 에 대해 39.831UBD이라는 코멘트를 하면서 이것이 논란을 촉발했습니다(비 '깡' 영상에 댓글 단 통계청, 결국 사과 "UBD 언급 반성", 2020년 5월 6일 YTN 기사).
처음에 뭔지 몰랐는데, 이것은 비가 주연을 맡았던 2019년작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흥행에 처참하게 실패하면서 관객동원실적 17만명이 엄복동의 로마자 표기에서 유래한 UBD 단위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통계청 공식 유튜브 계정 관리자는 친근함의 표현으로서 그 표현을 썼다고 해명은 했는데, 이런 인터넷 밈을 몰랐던 저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는데다, 알고 나서는 인터넷 밈을 남발하면서 특정인에의 비하 등의 표현을 쓰는 게 친근함의 표현이라고 착각하는 태도가 기분나쁘게 보입니다. 즉 알든 모르든 간에 예의 표현이 불쾌한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대체 뭐가 새로이 등장할지 모르겠습니다.
관보도 저렇게 작성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