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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는 폭격기를 위한 개량방법

SiteOwner 2020.05.04 17:00:49
제목의 유래는 마루토 후미아키(丸戸史明)의 라이트노벨 및 해당 작품에 기반한 애니메이션인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冴えない彼女の育てかた).

1952년 첫 기체가 비행에 성공한 후 1962년에 마지막 기체가 출고된 보잉 B-52 스트라토포트리스 전략폭격기는 다양한 전장에서 활약하면서 미 공군의 압도적인 작전능력의 상징으로서 군림해 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운용중인 B-52H는 꾸준한 개량이 가해져서 대체를 목적으로 개발되었던 후속 기종들의 퇴역을 지켜보고 왔으며, 이 추세대로면 2040년 이후까지 운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엔진교체사업이 표면화되면서 운용기간이 더욱 연장되어 최소 2050년까지는 더 쓰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최후의 B-52 조종사는 태어나지도 않았다는 농담은 여전히 유효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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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New Engines Will Keep the B-52 Bomber Flying for 100 Years (2020년 4월 30일 Popular Mechanics 기사, 영어)

B-52는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엔진이 8개 있는, 그래서 엔진의 개수를 최소한으로 하는 현대의 항공기의 주류 설계철학과는 정반대에 있는 기체여서 일단 이 사업을 수주한다면 엔진제작사의 판매량은 기체 수의 8배가 되며 미 공군이 완성품 608대는 물론 그 이외의 교체용 부품 및 정비기자재 등도 추가구매할 예정이라서 세계 3대 엔진제작사들이 경쟁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참여하는 엔진제작사는 로마자 순으로 미국의 제네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약칭 GE) 및 프랫&휘트니(Pratt & Whitney 약칭 PW), 그리고 영국의 롤스로이스(Rolls-Royce plc, 약칭 RR)이며, GE는 CF34-10 및 패스포트(Passport)의 2종류를, PW는 PW800의 1종류를, 그리고 RR은 BR725를 미 공군 제식명칭인 F130으로서 제안하고 있습니다.

각 엔진제작사의 특설 사이트(영어)는 이하와 같습니다.

B-52 폭격기의 현행 엔진은 프랫&휘트니에서 제작한 로우바이패스 터보팬 엔진인 JT3D 계열이며, 미 공군에서는 TF33이라는 제식명칭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개략적인 사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면, 각 엔진제작사의 장점과 단점을 간단히 정리해 두겠습니다.

제네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CF34-10 및 패스포트(Passport)
프랫&휘트니(Pratt & Whitney) PW800
롤스로이스(Rolls-Royce plc) BR725

이렇게, 3대 엔진제작사의 제안은 각각 뚜렷한 장단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롤스로이스의 미국에의 애국심 어필. 특히 롤스로이스가 미국 경제 및 고용에 지대한 역할을 해 왔음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의 유서깊은 엔진제작사 앨리슨(Allison Engine Company)을 인수해서 북미법인으로 편입한 것을 말하며, 실제로 앨리슨의 엔진은 앨리슨 시대는 물론 롤스로이스 산하가 된 뒤로도 T56 터보프롭엔진이 록히드 C-130 허큘리스 전술수송기, 노스롭 그루먼 E-2 호크아이 및 C-2 함재수송기에, AE2100 터보프롭엔진이 록히드 마틴 C-130J 수퍼 허큘리스 전술수송기 및 파생기종에, T406 터보샤프트엔진이 벨-보잉 V-22 오스프리 틸트로터기에 채택되어 있는 등 미국의 각군 군용기에 널리 쓰이고 있고 군함에서는 T56 터보샤프트 버전이 군함내부 발전기용 엔진으로 채택되어 있는 동시에 줌왈트급 구축함 및 프리덤급 연안전투함이 롤스로이스의 MT30 가스터빈을 채택하는 등 미국의 군수분야에 깊이 안착해 있으니 필사적으로 이 점을 어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안하는 엔진은 독일에서 제조되는 것인데다 개발주체도 BMW 항공기엔진 사업부였던 현재의 롤스로이스 독일법인이라서, 생산라인을 미국내에 설치할 경우에 가장 불리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 점은 프랫&휘트니의 경우 비록 PW800이 캐나다산이라도 미국에서 생산되는 PW1000G와 코어를 공유해서 생산라인 전환이 용이한 점과 비교하자면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제네럴 일렉트릭의 최근 행보도 그다지 유리하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GE의 군용기 엔진 납품실적은 확실하며, C-5 갤럭시 전략수송기가 제네럴 일렉트릭의 CF6 계열 엔진 탑재 등으로 대폭 개수되어 C-5M 수퍼 갤럭시로서 보다 효과적인 작전수행이 가능해진 것이라든지 최근 GE F101 엔진을 탑재한 B-1B 전략폭격기가 미국 본토에서 동북아시아까지 32시간 연속비행 작전수행을 한 것 등은 GE 엔진의 높은 신뢰성을 증명해 주는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어서 GE 측의 낙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만, 저는 그게 오히려 위험하다고 봅니다.
사실 GE의 엔진은 미국의 군장비 중 항공기에서는 A-10 썬더볼트 공격기, B-1 랜서 및 B-2 스피리트 전략폭격기, C-5M 수퍼 갤럭시 전략수송기, C-40 중단거리 수송기 및 P-8 대잠초계기 등 보잉 737 기반의 군용기,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 F-16 파이팅 팰콘 전투기, F/A-18E/F 수퍼호넷 함재전투기, KC-135 공중급유기, U-2 드래곤 레이디 전략정찰기, VC-25B 차기 대통령전용기, AH-64 아파치 공격헬리콥터, CH-53K 킹스탤리언 수송헬리콥터, UH-60 블랙호크 범용헬리콥터 및 SH-60 시호크 함재헬리콥터 등에 널리 쓰일 뿐만 아니라, 미 공군의 고등훈련기 신규사업에서 보잉-사브 컨소시엄의 T-7 레드호크에 GE F404 터보팬엔진이, 미 육군의 차기 중형헬리콥터엔진 프로그램에서 T901 터보샤프트엔진이 선정되는 등의 쾌거를 연이어 달성했으며, 군함 분야에서는 LM2500 가스터빈 추진시스템이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순양함 및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의 추진기관으로도 채택되어 있는 등 입지가 가장 공고합니다. 바로 그러기에 독점에 유독 민감한 미국이 이번에도 GE의 손을 들어주리라고는 판단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그래서 이번 B-52 엔진수주경쟁의 최종승자는 프랫&휘트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프랫&휘트니는 사실상 보잉의 항공기개발에서는 멀찌감치 밀려나 있으며 민항기 분야에서는 아예 축출된 상태. 그나마 보잉의 공중급유기 KC-46이 PW4000 엔진을 채택한데다 그 이외의 미국의 각종 메가프로젝트에서는 F-35 라이트닝2 스텔스전투기의 F135 엔진납품만 진행중일 따름이며, C-17 글로브마스터3 전략수송기, F-22 랩터 스텔스전투기의 엔진납품은 이미 종료되어 앞으로는 유지보수 및 교체엔진의 생산만 기대가능한 레벨입니다. 그 이외의 시장은 대형 민항기에서는 보잉이든 에어버스든 프랫&휘트니의 엔진을 쓰지 않으니 이미 막혀버렸고, 중소형 민항기 및 비즈니스제트에서는 에어버스, 미국의 걸프스트림, 일본의 미츠비시, 프랑스의 닷소, 캐나다의 봄바르디어, 브라질의 엠브라에르 등으로 고객사를 꾸준히 넓혀 나가고는 있습니다만 요즘 항공산업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녹록치 않습니다. 그래서 이미 전투기사업에서 록히드 마틴, 폭격기사업에서 노스롭 그루먼, 고등훈련기사업에서 보잉-사브 컨소시엄을 선정한 것처럼 한 기업의 일방적인 독주를 막을 것도 충분히 예견됩니다.

그리고, 이 사업이 역대 최고액의 전략폭격기 개량사업인데다 이렇게 엔진을 많이 장비한 항공기가 다시 나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보니 이 3대 엔진제작사는 여기에 전력으로 임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운용 100년을 바라보는 장수하는 폭격기를 위한 개량방법은 이렇게 화려하게 개막했고, 어떻게 마무리될지 기대됩니다. 최신의 기체가 1962년 제작품이지만 그래도 비행가능시간이 수천시간은 남아 있는데다 해당 엔진의 경제수명이 14,000시간 정도라고 하니 이 사업에 채택될 엔진은 B-52 운용기간의 마지막을 함께할 것 같습니다. 또한 이렇게 개수된 기체는 대폭 높아진 도중의 공중급유 없이 세계 어디라도 논스톱으로 도달할 능력을 보유하게 됩니다.

새로이 채택될 엔진을 장착하고 활약할 노장 B-52에게 앞으로도 영광의 날은 계속 허락될 것입니다.
그 의미에서,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의 완결판인 극장판 Fine의 주제가인 하루나 루나(春奈るな)의 노래 glory days의 영상도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