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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부조리한 두 형사사건의 결과

마드리갈 2019.12.27 12:47:32
어제 두 나라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2건을 보니까 뭔가 부조리하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네요.
하나는 일본에서 발생한 살인미수사건.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둘 다 미성년자가 벌인 사건인데, 결과도 그리고 법적 판단의 여지도 다르게 되었어요. 그런데 미수사건의 경우는 재판을 거쳐 처벌이 내려질 것 같고, 기수사건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게 문제...

우선, 일본에서 발생한 살인미수사건을 볼께요.
12월 26일 미명 코치현(高知県)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여고생이 아버지를 식칼로 찌른 사건이예요. 술을 마신 아버지가 언니와 말다툼을 하던 도중, 그 언니의 여동생인 그 여고생이 아버지의 등을 식칼로 찔러 상해를 입혔다네요. 단, 피해자인 아버지는 생명에 지장이 없어서 살인미수에 그쳤어요. 게다가 그 여고생이 체포되어 범행을 인정하였고 최소한 미필적인 고의는 성립하였으니까 없던 일이 되지는 못해요. 즉 어떻게든 사법판단의 대상이 될 일.

이번에는, 한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같은 날 경기도내에서 어느 여자초등학생이 친구인 여자초등학생을 흉기로 찔렀어요. 그렇게 흉기에 피습당한 피해자는 병원으로 후송중에 사망. 그러나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연령인데다 현행 형법에서는 14세 미만의 자의 행위를 벌하지 않는다고 제9조에서 규정되어 있다 보니 처벌은 불가능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은 보호처분이 전부.

제 생각이 시대착오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두 사건을 대조해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이나 결과의 경중이 아니라 누구의 행위인가일 따름.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나든간에 이제는 행위자가 누구인지부터 봐야 하는 건가 싶네요. 가벼운 행위라도 그 행위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무거운 책임을 지고, 무거운 행위라도 가벼운 책임으로 끝나거나 아예 무책임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 1858-1917)이 범죄정상론을 말했죠. 범죄는 사회에 늘 있는 거라고.
그렇다면 언제든지 악의적인 누군가의 행위로 이 삶이 갑자기 끝장나 버리는 것도 자신에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고 자신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반면에 누군가는 특정 속성을 가진 그 자체만으로 그 행위에 대한 책임 자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결론도 같이 나네요. 그래서 더욱 두려워지고 있어요. 이렇게, 문명이 발전한다지만 범죄피해가 신 등의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한 징벌이나 운명의 소산이라고 여겨지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으로 인류의 사고방식이 퇴행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