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습니까?
정파에 무관하게, 선거 철만 되면 서민 출신이니 서민을 위하니 하는 담론이 횡행하고 약자는 일단 선하다는 식의 언더독 효과가 상당히 팽배해 있습니다. 게다가 진보성향의 경우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언급하며 재벌개혁에 대한 담론을 많이 설파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사를 돌아보면 고도성장을 경험했으며 이 성장이 외부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입니다. 제철소 영업을 합법적으로 방해하는 것 또한 유사합니다.
게다가 실제로 이런 일도 일어났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국내 제철소의 공급량 부족으로 선박용 후판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일본에서 비싸게 후판을 도입했다고 하는군요. 탈중공업에서 상정된 상황처럼 되어 갑니다. 정말 수년 뒤에는 일본 제조업이 대거 부활하고 한국 제조업이 몰락하는 상황이 현실화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산 철강제품 도입 건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어떤 큰 사태라도 작은 시작이 있기 마련이고 이미 22년 전 하반기에 외환시세가 이상하게 요동치는 것에서 위기는 감지되었다가 그해 말에 올 게 오고 말았습니다.
요즘 조선업이 심상치 않은 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통합법인인 한국조선해양의 출범에도 난항이 진행중인데다, 세계 8위의 성동조선해양은 3번째의 매각절차를 밟고 있지만 올해 10월 18일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파산으로 갈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한때 세계 해운업의 강자였던 우리나라는 한때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래 해운시장에서 고전중인 반면, 일본은 3개 해운사로 결성되어 도쿄 및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cean Network Express, 약칭 ONE)가 출범하여 세계 6위로 약진했습니다. 해운업이 상선의 확보를 전제하고 상선의 건조에 철강업을 비롯한 각종 소재산업이나 기계산업이 관여하는 것을 생각하면 철강산업의 약화는 가벼이 볼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주장이 과학적인 결과에 근거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폐해는...
2가지가 생각납니다.
하나는, 인공어초를 위해 폐타이어를 바다에 가라앉혀 조성된 플로리다 앞바다의 오스본 어초(Osborne Reef).
다른 하나는, 전력회사의 환경오염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문제제기와 처절한 법정투쟁으로 승리를 이끌어낸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kovich, 1960년생)의 사례인 힝클리 지하수 오염사건(Hinkley groundwater contamination). 이것은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과연 이 둘 중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요?
오스본 어초는 선택지에 넣어서는 안 될 것 같군요. 그런데 이렇게 탈중공업으로 가자는 움직임은 에린 브로코비치가 추구했던 방향과는 정반대로 흘러갈 것이 보이고 현재로서는 제동을 걸 수도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