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에 출간된 미래관련 서적에서 잘 언급되어 온 것이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
즉 일일이 지폐나 동전 등을 사용하지 않고 각종 전자결제수단을 이용하여 거래하는 것을 말해요. 그리고 이런 것들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도 아닌 이미 현실의 생활 속에 깊숙히 자리잡혀 있는 문물 중의 하나가 되어 있어요.
현금 없는 사회의 장점으로서 이런 것들이 거론되고 있어요.
지폐나 동전을 발행할 필요가 없으니까 화폐의 위조, 변조, 표면에 묻은 병원체의 감염 등의 위험을 배제할 수도 있는데다 기록이 철저히 남으니까 수상한 거래나 눈먼 돈 등의 문제를 방지하는 데에도 효과적이예요. 온라인으로 처리되니까 속도 또한 빠르고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하는 데에도 크게 공헌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것들에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기 마련이예요.
이런 것들까지 생각하면 과연 전면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로 이행해야 할지에는 의문이 남거든요.
전제를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데에는 계속 비용과 에너지가 소모되고, 아무리 잘 관리하더라도 문제발생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있다는 보장은 없어요.
또한,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일수록 권력자의 나쁜 의도는 행동으로 실현되기 쉬워요. 자동차를 구매할 때 제공해야 하는 수준의 개인정보를 빵을 구매할 때에도 제공해야 한다는 것도 지나치고, 그렇다고 해서 소액 무승인 결제가 대안인 것도 아닌 게, 이것의 맹점을 이용한 사기가 범람할 여지가 분명히 있는데다, 실제로 이런 형태의 금융사기는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어요.
또한,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요. 거래의 패턴을 제3자에게 노출당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일부러 구매행위마다 패턴을 달리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는데, 이러한 역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데다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를 분석해서 제대로 된 분석결과가 나올 것도 기대할 수 없어요. 즉, 전제 자체가 부정되는 경우가 충분히 발생가능한 것.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된 중국에서는 이미 여러 방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현금을 거부하는 풍조가 급속도로 확산된 나머지, 제도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특히 정보기기 사용에 어두운 노인층에 많은 것("현금 안 받는다"… 중국 노인들, 모바일 결제 봉변, 2019년 4월 29일 조선닷컴 기사).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행이 가장 빠른 스웨덴 또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아요.
교육수준이 높은 복지국가인 스웨덴에서도, 중국의 경우와 동일하게 제도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있어요. 게다가 이러한 시스템에의 이행을 너무도 쉽게 생각하는 경우 또한 있다 보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을 거예요(The Swedes rebelling against a cashless society, 2018년 4월 6일 BBC 비즈니스뉴스, 영어).
링크에서 소개된 BBC 비즈니스뉴스의 어느 스웨덴인의 발언은 과연 타당하기만 할까요?
You can use your card online and in coffee shops and I just don't see a use for hard cash any more. Of course your card could get stolen, but your insurance will pay for it. I think that cash is out of date and not really necessary.
번역 - 카드를 온라인에서든 카페에서든 쓸 수 있고, 현금을 써야 할 이유는 전혀 없어. 물론 카드가 도둑맞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보험회사가 보상해 줄 거야. 현금은 이제 시대착오적이고, 사실상 필요하지도 않아.
그 믿는 전제가 무너진다든지 하는 상황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