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남자의 화장품 사용

호랑이 2013.03.24 01:27:24

내일 점심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오래간만에 신체 단장을 하고 있어요. 매일 아침에 바르는 선크림을 폼클렌징으로 씻어내고(1차세안으로도 가볍게 씻기는 무기자차입니다. 대신 지속력이 무지 약해요. 맹물로도 대부분을 씻어낼 수 있을 정도고, 땀을 흘리면 땀이 흘린 모양대로 번져요) M사 슈가스크럽-S사 워시오프팩-L사 로션-S사 알로에베라-S사 호호바오일을 바르고 씻어내고 바르던 중. 확실히 화장을 하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 된다는 걸 느꼈어요.

여성분들은 화장품을 주로 사용하시니 잘 알고 계실 거에요. 단순히 비비 하나 바르는데에만 어떤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지요.

비비크림을 그냥 맨얼굴에 바르면 잘 발리지 않아요. 지수높고 백탁심한 썬크림을 발라보면 아시겠지만, 그냥 맨얼굴에 바르면 각질에 하얗게 달라붙어 오히려 더 지저분해 보여요. 또한 바탕이 되는 피부에 유분과 수분이 적으면 밀가루가 묻은 것처럼 붕 떠보이고요, 오히려 유분이 너무 많으면 개기름처럼 번들거리지요. 최근들어 광채 화장법이 유행했다지만 피부의 흉터나 자국 등이 가려지지 않으면 역효과.

어찌어찌 스크럽, 스킨 및 로션 기타 등등으로 본바탕을 잘 깔고 남성용 비비크림을 발랐어도, 무언가를 먹고 휴지로 입 주변을 닦거나 코를 풀면 입 주변이 지워지지요. 수분이 증발하면서 살짝 얼룩이 지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 때문에 여성분들은 화장품을 들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만...

바른다고 해서 끝이 아니지요. 비비는 폼클렌징으로 잘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클렌징오일이나 워터로 1차적으로 세안하고, 피부상태에 따라 추가적인 세안. 그리고 화장을 지우면서 같이 씻겨나간 피부의 유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화장품 투여. 이런 식으로 반복.

 

남자가 화장을 한다는 건 아직도 터부시되는 감이 있지요. 백탁이 심한 선크림만 발라도 얼굴에 뭐 발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은근히 많은 편이지요. 무대에 서는 연예인이나 클럽에서 짝(...)을 찾는 사람들이야 아이라인까지 그리고 다닌다지만, 실생활에서 아이라인 그린 남자분 보면 저부터 문화충격을 받을 거 같군요. 아직까지는 티가 안나는 비비크림까지가 남자 화장의 마지노선인거 같아요.

화장품 회사들은 남자에게 아이라인/아이셰도우/치크/립/마스카라 등의 색조화장을 엄청 시키고 싶을 거에요. 그것들을 다 한다면 화장을 유지하고 지우는 데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가거든요. 물론 화장품 회사의 연수익도 up!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남자 아이라인이 정착되지 않은 걸 보면, 아직까지 남자가 무얼 바른다는 것의 터부가 심하구나&남자의 색조화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피부건강 및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가꾸는 것에 별 거부감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남자 스키니진과 부츠도 게이같다고 싫어하는 저에게(택티컬 컴뱃부츠 제외) 마스카라를 칠하거나 파우더를 토닥이는 남자가 유행인 세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지옥일 거 같군요. 남성용 마스카라나 남성용 아이쉐도우는 일반적인 흠을 살짝 가리는 수준이 아니라 화장품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 강요하는 유행이라고 생각하거든요(실제 제품이 있습니다! 남성잡지에서 광고하더군요)

 

ps. 3년전 모습과는 달리, 운동을 해서 살이 빠지고 약간의 근육이 붙고. 얼굴에는 살짝 비비를 발라 피부상태를 바꾸니 주변에서 저를 대하는 대우가 옛날과는 달리 확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뭔가 서글프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