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잘 보는 편은 아니지만, 어쩌다가 TV를 볼 때 어떤 프로그램에서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기업명을 숨기고 틀어막는 경우가 보여요. 그것도, 개인이 구입할 가능성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상품의 생산기업명까지도.
이를테면 이런 것.
민항 여객기 제작사인 미국의 보잉, 유럽의 에어버스, 캐나다의 봄바르디어, 브라질의 엠브라에르 등을 국적과 회사명의 알파벳 첫글자만 따서 미국 B사, 유럽 A사, 캐나다 B사, 브라질 B사 등으로 부르는 것. 이러한 기업들의 상품은 개인이 구입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생각하면 금방 알아낼 수 있는데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수억원대의 고급승용차조차도 가진 사람이 얼마 안 되는 판에 수백억원, 수천억원대의 가격대를 기록하는 항공기의 제작사가 방송에 거명되면 없던 구매욕도 갑자기 생겨서 충동구매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리고, 이런 것도 있어요.
그나마 위에서 거론한 여객기의 경우는 개인의 구매가능성이 사실상 봉쇄되어 있을 뿐 지불능력이 되는 개인을 위해 주문제작할 수 있도록 고객대응채널이 개설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것도 아닌, 군용기, 법인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장비처럼 개인의 구매가능성이 사실상은 물론 형식적으로도 완전히 봉쇄되어 있는 그런 것에까지 기업명을 숨겨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스러워요. 게다가 인수합병 등으로 이미 그 이름으로는 존재하지 않거나 파산으로 후속법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는데, 이게 비 오는 날에도 도로에 물을 뿌리는 모스크바 시내의 살수차의 비능률과 무엇이 다를까요?
간접광고 규제고 뭐고 다 좋은데, 그것 이전에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간접광고를 규제하겠다고 기업의 이름을 감추기 급급한 것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 지역감정을 조장한다고 지역명을 거론하지 못하고 서울은 S시, 부산은 B시 이렇게 불러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어요. 이게 상상으로 그치길 바랄 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