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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

마드리갈 2018.12.04 19:40:47
1960년에 결성되어 1961년 1월부터 발효된 산유국 국제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약칭 오펙(OPEC)은 20세기 후반부터 1973년과 1979년의 두 오일쇼크를 통해 국제정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어요. 이 오펙은 알제리, 앙골라, 에콰도르, 적도기니, 가봉,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리비아, 나이지리아, 카타르, 콩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및 베네수엘라의 15개국이 구성했고 그 중의 7개국은 아랍권이죠. 또한 초대 멤버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회원국내 생산량 1위 및 세계 생산량 2위, 베네수엘라는 세계최대의 확인매장량을 기록하고 있어요. 세계 연간 석유생산량의 44% 정도를 차지하다 보니 석유에 의존하는 현대문명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불패의 카르텔로 불러도 어떠한 의문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중 아라비아 반도 동부해안의 반도국 카타르(Qatar)가 석유수출국기구 탈퇴의사를 밝혔어요.
그리고 2019년의 시작과 함께 카타르는 더 이상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이 아니게 된다고 하네요. 이유는 현재 아랍 산유국들의 각종 압력을 극복하고, 오펙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스의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서.

이 카타르의 탈퇴는 여러모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어요.
카타르는 OPEC 회원국에서는 석유 생산량이 하위권인 9위로, 아랍 산유국에서는 알제리에만 근소히 앞설 뿐일 뿐이고, 그 외의 회원국인 이란,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및 앙골라에게도 뒤처지고 있어요. 게다가 석유 부존량도 하위권인 9위. 이래서는 영원히 다른 아랍 산유국들의 그늘에 가려질 뿐이고 운신의 폭을 넓힐 수도 없겠죠.
그런데 이게 가스 분야로 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죠. 카타르는 천연가스 생산에 대해서만큼은 세계 4위의 강국이고 점유율은 2017년 BP 세계 에너지통계 기준으로 4.8%로, OPEC 회원국 중 가스 생산이 앞선 국가는 이란밖에 없어요. 게다가 확인매장량은 이란에 이어 세계 2위. 그러니 가스에 대해서는 패권국으로서 입장을 달리할 수가 있어요.
그리고, 자체 석유 매장량이 OPEC 내에서 하위권일 따름이지 세계적으로는 주요 산유국에 속하며, 또한 천연석유가 아니더라도 카타르는 2007년부터 남아프리카의 합성석유 선두기업인 사솔(SASOL)과의 제휴로 피셔-트롭쉬 공법(Fischer-Tropsch Process)을 이용하여 가스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고 자국의 국영항공사 카타르항공 등에서 이것을 사용하고 있어요. 즉 자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을 바탕으로 한 기술 및 산업기반 또한 오래전부터 충실히 다져 왔다는 것이죠.

카타르의 이러한 변화는, 과점 체제인 석유수출국기구가 반세기 넘게 유지되어 왔지만 그래도 카르텔 유지보다 카르텔 탈퇴의 이득이 더 크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불안정한 체제임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임은 물론, 다른 강점이 있다면 이것을 이용하여 주어진 상황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이 유리함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해요.

석유수출국기구가 계속 단일체제는 아니었고, 에콰도르와 가봉처럼 일시 탈퇴했다가 복귀한 사례도 있지만, 에콰도르와 가봉이 별로 국제적인 영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카타르의 탈퇴는 20세기 후반부터 급속히 진전된 자원민족주의의 근간에 어떻게 작용할지를 주시해야 할 큰 일이 될 것이 분명할 거예요.

사실, 셰일가스 개발과 그 사업의 부산물로 얻어진 석유 덕택에 배럴당 14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 석유 국제가격은 급락하여 많은 산유국들이 휘청일 수밖에 없었죠. 사우디아라비아는 건국 이후 처음으로 국채를 발행하고, 왕족 내부에서는 낭비를 금할 방침이 도는 등 위기의식이 확산중이고, 러시아는 야심차게 추진한 군사력 증강 프로젝트가 좌절되어 버린데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최대의 석유 확인매장량을 자랑하면서도 국가가 파탄상태로 전락해 버린 등의 난항에 허덕이는 중인데, 카타르가 석유시장의 군소국가에서 가스시장의 패권국으로 등극하면 지금까지 일어난 것보다 더 큰 파장이 벌어질 가능성 또한 있을 거예요. 게다가 이란은 새로이 국제제재를 받기 시작했으니, 이 경우 카타르는 미국, 러시아에 이어 가스시장의 사실상 3대 패권국으로 성장할 수도 있겠죠.

에너지자원의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카타르의 이러한 행보를 마냥 방관할 수만은 없을 거예요. 좋든 싫든간에.
이 내용에 대해서는 아래의 기사링크를 참조하세요.
Qatar is pulling out of OPEC to focus on gas (2018년 12월 3일 CNN,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