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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없는 교육정책에 의문마저 없다?!

SiteOwner 2018.05.19 15:58:40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교육정책이 뒤집힌 것만 해도 대체 몇 번이나 되는 건지 모를 지경으로, 교육정책은 정신없이 바뀌어 왔습니다. 학력고사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으로 바뀌고, 대학별 본고사가 생겼다가 없어졌지만 논술 및 면접이 강화되고, 원점수 공개제도가 없어지고 표준점수 개념이 새로이 도입되어 쓰이고, 점수제가 등급제로 바뀌고, 또 교육정책에 큰 변화가 생긴다 그러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교육정책을 그렇게 바꾸고 그러는데, 대체 무엇을 가르치고[?] 누군가를 길러낸다[育]는 것에만은 전혀 이야기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의문을 포기한 건지 잊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는 목소리 또한 이상할 정도로 들리지 않습니다.

과연 이렇게, 교육정책에서 교육에 대한 이야기만 없는 것을 그냥 묵과하기만 해야 하는 것인지, 여기에서 의문을 제기해 보겠습니다.

일단, 인간은 배워야 제대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그 사실은 명백합니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가는 다른 동물에서처럼 생존과 번식을 위한 차원 그 이상으로 분야가 넓고 깊이 또한 심대합니다. 게다가 인간의 능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분화되어 발휘되기는 하지만 성장속도가 느린데다 누구에게 어떤 능력이 얼마만큼 있는지는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또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크고 작은 여러 집단에 동시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 집단 내에서 사회화되는 동시에 집단에 영향을 투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인간의 삶에 교육이란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서, 다방면에 걸쳐 골고루 학습하게 하여 개인차를 발견해 나가면서 진로를 찾게 해 주고 사회적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교육정책의 근간은 교육과정 및 내용이어야 하며, 인재의 선발은 그것들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 그러면 돌아보기로 하지요.
교육정책에서 교육과정 및 내용이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면밀히 검토되어 왔는지 생각나는 게 있습니까?
아마 없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이야기는 하지 않고, 대입제도 개편 이야기밖에 하지 않으니 생각나지 않아도 정상입니다. 기껏해야 좀 나오다 만 것이 고교 학점제 도입인데, 이것을 위한 각종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확충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괜찮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의외로 공론화되고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정부 차원의 준비 또한 상당히 부실해서, 보도자료만 봐서는 뭔가 정책을 추진하고는 있는 것 같은데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의문까지 들고 있습니다(교육부 프레스릴리즈 참고, 2017년 11월 27일 공개). 당장 고교와 대학이 어떻게 다르고 필요한 것이 얼마나 있는지, 이미 경험하셨거나 경험중인 분들이라면 바로 아실 것입니다.

실제 교육정책의 집행에 필요한 것은 이렇게 홀대되고, 나오는 이야기는 온통 대입제도 개편 뿐.
교육정책에서 교육만 빠져 있으니 이런 어이없는 일이 계속됩니다.
게다가, 문제의식까지 결여되어 있다 보니 이런 현상을 제대로 읽고 비판하기조차 무리인 실정이니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로밖에 설명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정부가 바뀌면 교육정책 또한 그렇게 될 터이니, 생각해봤자 소용없고 그냥 다음 교육정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교육정책에 교육만 없는 게 한국사회 내에서의 합리적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질 따름입니다. 앞으로의 교육정책에도 어차피 교육이 등장할 가능성이 없다 보니 뾰족한 수도 생길 리가 없고, 결국 생각을 그만두는 게 상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