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의 생성 단계에서부터 기저의 전제 자체가 별로 건전하지도 않고 존속할 수 있는지 우려의 시선으로 봐 왔는데, 올해 1분기에 드러났던 김영란법 완화의 움직임에서부터 2분기의 화제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행보에서 드러난 점으로 볼 때, 역시 이렇게 형해화된 건 우연의 산물이 아닌 필연적인 결과라고 봐야 겠습니다.
약간 어려운 용어인 형해화(形骸化)에 대해 잠깐 부연설명을 해 두겠습니다.
글자 그대로, 모양(形)과 뼈(骸)만 남아 버려서, 실질적인 기능은 발휘할 수 없는 상태로 되었다는 의미로, 사실상 무효(being de facto nullified)라고도 풀어 쓸 수 있습니다.
전에 쓴 글 중에서, 2015년의
21세기에 드리워진 금주법의 그림자, 김영란법에서는 문제점으로서 공직자를 예비범죄자로 낙인찍은 문제, 누구든지 범죄자로 간주할 수 있게 만든 범위설정 문제, 그리고 빠져나갈 사람들은 다 빠져나갈 수 있게끔 사전포석이 된 문제의 3가지가 거론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2017년의
김영란법, 이럴 거면 왜 만들었나...에서는 처음부터 전제가 잘못된 법의 맹점은 도외시한 채 대증요법으로 앞가림하려는 패착 또한 지적되어 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봐도, 이미 김영란법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게다가 하나 더.
최근 외유성 해외출장, 피감기관으로부터의 금품수수, 정치후원금 처리문제 등 여러 문제로 뉴스의 중심이 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김영란법 통과의 주축으로 활동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한국사회 전반에 퍼진 "각종 법령과 제도는 권력자의 이권을 위해 만들었다" 라는 인식을 여전히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일단 관련기사를 몇 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2015년 1월 15일 연합뉴스부터.
김기식 "김영란법 적용대상 제한시 입법취지 무력화"확대를 하려면 그게 국회의원이나 시민단체에 예외가 되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딱히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다음 기사를 보면 바로 이해가 됩니다.
이번에는 2018년 4월 11일 조선일보 기사.
‘김영란법 주역’ 김기식, 시민단체 제외 관철시켰나역시 권력자의 이권은 정당이든 정치이념이든 다 뛰어 넘는 것이었군요. 확실히 이해했습니다.
법령과 제도의 그늘에서 권력자 또는 가까운 인물들이 득을 보는 구조.
이미
도시전설의 날 제하의 기고문에서 지적한 폐단으로 박근혜 정권이 끌어내려졌고 비판받고 단죄되는 상황에서 달라진 게 뭐가 있습니까? 이렇게 역사에서 배우지 않으니까 그 다음은 상상에 맡겨야 할 듯합니다.
이렇게 김영란법 형해화를 보면서 이렇게 되뇌입니다.
정권은 짧고 이권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