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이라면 누구든지 이런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어요.
각급학교 및 대학의 학과시험이든, 취업, 자격증 취득 등의 시험이든 간에,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지엽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저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을 정도로 그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긴 했어요.
고등학생이 되어서 처음 반성하게 된 것은, 어려운 문제를 맞추었는데 그 문제를 지엽적이라고 욕했던 적이 있었던가라는 의문.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 있을 때에는 내 실력 덕분이고, 불리한 입장에 있을 때에는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그 태도가, 아무리 인간의 사고방식이 자기본위로 돌아간다지만 그냥 두어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
물론 점수가 낮게 나오면 속상하죠. 게다가, 아주 부유하지만은 않은 가정형편 등도 생각해야 하니까 장학금으로 학비면제를 받는 게 급선무였던 터라 고득점에의 압박도 분명 있었지만, 외부의 사정을 탓하기만 해서 달라질 것도 없으니 그런 불평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그래서, 고1 때부터 시작된 의문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을 다잡기로 했어요. 고득점이 나온 것은 오늘 운이 좋아서였고, 저득점이 나온 것은 약점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서라고.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면서, 크게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것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별 탈없이 살아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이런 기사를 읽어 봤어요.
두 눈 똑똑히 뜨고도 기자도 속은 5급 공채 헌법 문제 (법률저널 2018년 4월 2일 기사)
몇 가지 의문이 들었어요.
첫째 의문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지엽적 문제 운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둘째 의문은, 인용된 문제가 과연 공부를 위한 공부를 강요하는 지엽적인 문제인가.
그 중 두번째 의문을 약간 더 확장해 보겠어요.
대학 강의나 수험과목으로서 헌법을 공부하셨다면, 헌법전문의 내용에 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은 접해 보셨을 거예요.
헌법개정주체가 국민이고, 현행헌법이 1987년 제9차 개헌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1948년 7월 17일을 제헌절로 기념하고 있다는 것. 물론 이것을 알고 있어야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지만, 이것이 반드시 기계적인 암기만으로 달성되지는 않아요. 즉,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기본 원리 및 헌정사 관련의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 어렵지 않게 국민, 9차 직전까지는 8차까지, 그리고 현대사의 주요사건연도 등도 논리정연하게 정리해서 알 수 있게 되죠.
그래서, 저는 지엽적인 출제 운운이 과연 좋은 주장인가 자체에 동의하지도 않을 뿐더러, 논란이 되는 예의 문제 또한 그렇게 봐야 하는 것인가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또 중요한 게 하나 있어요.
글을 읽을 때 전체적인 맥락의 파악도 중요하며, 그것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독해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
그렇다 보니 예의 기사에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느껴지네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도 듣고 싶어져요. 의견 많이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