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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의 음악을 즐기며 생기는 정체성 혼란(?)

마드리갈 2018.02.22 15:25:07
어릴 때부터 여러 나라의 문물을 접해 온 가정환경상, 저희집은 해외거주경험이 많다고 오해를 받거나, 이국적인 취향이 강하다는 평을 듣기도 해요. 이건 작년에 오빠가 쓴 이국 문물에서 느끼는 향수 제하의 글에서도 다루어진 바가 있는데, 저는 음악 관련으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해요.


문제의 이 음악을 듣자, 저는 이 곡이 서로 다른 두 악곡이 섞여 있음을 알았고, 또한 그 개별 악곡이 뭔지도 확실히 알아냈어요.



이 영상을 보면, 일단 뒤에서 몽골 국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과, 연주되는 음악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해외거주 몽골인들의 친목행사같이 보이긴 해요.

연주되는 음악은 몽골인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노래인 하늘 위의 흰 구름(Задгай цагаан), 그리고 일본의 철도창가(鉄道唱歌)가 섞인 기악곡. 그런데 저는 몽골인도 일본인도 아닌 한국인이고, 두 원곡 모두 한국 내에서 대유행한 음악도 아니거든요. 그나마 철도창가의 경우는 강병철과 삼태기가 내놓은 노래인 삼태기메들리에 인용된 학도가의 원곡인 게 조금 알려진 정도.



또 한 곡을 소개해 볼까 싶네요.



이 곡은, 소련-러시아-우크라이나의 가수 소피아 라타루(София Ротару, 1947년생)가 1995년에 발표한 후타량카(Хуторянка, 작은 시골의 소녀).

영상의 처음부터 등장하는 가수가 바로 소피아 라타루이고, 중간에 들어오는 가수들이 파탑(Потап, 1980년생, 남), 나스챠 카멘스키흐(Настя Каменских, 1987년생, 여). 파탑 & 나스챠 카멘스키흐는 소피아 라타루의 저 곡을 리메이크하기도 했어요.

저 음악(원곡)을 접한 게 초등학교 고학년 때인 1990년대의 끝자락이었으니 거의 20년이 다 되어 가기도 하고, 그래서 아주 친숙할 뿐만 아니라, 일단 어릴 때 살았던 곳이 작은 농촌이다 보니 공감하고 향수가 느껴지는, 그런 것이죠. 원곡도 좋고, 저렇게 리메이크된 것도 반갑고...그래서 이걸 돌아보면 기묘하게 느껴지고 그래요.



이렇게 생기는 음악 관련의 정체성 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네요. 국적과 시대를 넘나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