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늘찬배달? 똑똑전화? 국립국어원의 무리수 비판

SiteOwner 2017.10.08 22:07:32
한글날을 앞둔 때면 으레 어문정책 관련으로 이것저것 기사가 나오기 마련인데, 보다가 정말 헛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늘찬배달', '똑똑전화'…국립국어원 억지스러운 순화어 많아" (연합뉴스 2017년 10월 8일 기사)

일단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누리터쪽그림? 똑똑전화? 늘찬배달? 어른왕자? 쌈지무선망?
솔직히 이런 말이 있다는 것도 오늘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는데다 순화어라고 만들어낸 것들도 졸작이라는 평이 아까울 정도이고 차라리 처음부터 없었던 게 나을 뻔 했다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언어의 경제성도 무시하고, 직관적이지도 않고, 내용이 충실하지도 않은 저런 어휘는 언어학을 본격적으로 전공해 본 적이 없는 일반인들조차도 대체 저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보같습니다. 대체 저런 어휘를 누구에게 쓰라고 만든 것일까요.
기사에 나오는 5개 어휘를 간단하게 비판해 보겠습니다.
  1. 누리터쪽그림 - 웹툰의 순화어
    • 웹툰은 2음절, 누리터쪽그림은 6음절로 너무 길어져서 언어의 경제성에서 이미 실패.
    • 누리+터+쪽+그림 4단어의 합성어로 의미의 초점이 분산되어 의미의 함축적인 전달에서 실패.
    • 웹툰은 단편 일러스트가 아니라 스토리라인이 있는 만화작품인만큼 그림으로만 의미가 제한될 수 없음.
  2. 똑똑전화 - 스마트폰의 순화어
    • 어두에서부터 초성에 된소리가 반복되는 조어방식이 조악함.
    • 반의어의 문제가 발생. 이를테면 멍청전화, 바보전화 등의 반의어는 비하의 의미가, 일반전화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스마트폰이 일반화되어 있는 이상 부적절함이 노정되고 있어서 채택할 수 없음.
    • 자연어 처리에서의 문제가 발생. "똑똑. 전화가 울림과 동시에 노크 소리가 났다." 라는 문장의 해석은?
  3. 늘찬배달 - 퀵서비스의 순화어
    • "늘차다" 는 손에 익어 솜씨가 좋고 빠르다는 의미이고, 퀵서비스는 기존의 물류망을 통하지 않는, 모터사이클 등을 이용한 발신인과 수신인을 직접적으로 잇는 배송수단이므로, "늘찬" 과 "퀵" 은 정확히 의미가 대응되지 않음.
    • 늘찬은 언제나 차가운(kept cold), 또는 언제나 꽉 차있는(always full) 등으로 오해되기 쉬움.
    • 정 영어계 외래어를 쓰지 않아야겠다면 속달(速達)이라는 기존용어로도 얼마든지 대체가능하고 오히려 이 편이 정확한 역어이고 게다가 짧기까지 하여 유리함.
    • 속도가 세일즈포인트인 서비스의 이름이 "늘" 로 시작하면 느리거나 늘어진다는 오해가 생기기 쉬움.
  4. 어른왕자 - 키덜트의 순화어
    • 도대체 어디에서 온 발상?
    • 어른인 왕자는 동서고금에 얼마든지 있으며 왕자라는 어휘 자체에 미성년일 것을 요하는 전제 자체가 없음.
    • 순화어가 더 길어서 언어의 경제성에서 불리.
  5. 쌈지무선망 - 블루투스의 순화어
    • 블루투스는 스웨덴의 통신회사 에릭슨이 개발한 기술규격으로 현재 Bluetooth Special Interest Group이 기술연구개발 및 배포 등을 담당하고 있는 등록상표명이므로 번역의 필요성 자체가 불필요.
    • 순화어가 더 길어서 언어의 경제성에서 불리.


딱 이 정도만 보더라도, 국립국어원이 만든 순화어가 아예 처음부터 없는 것보다 못할 정도로 조악하기 짝없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첨부파일에 순화어 목록이 있으니 그 실태를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다음주부터는 개별 순화어 어휘에 대한 비평을 연재해 볼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