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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역사의 교훈은 누가 다 잊었을까

마드리갈 2017.09.17 22:40:45
박완서의 소설 "그 많은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 제목의 유래임을 먼저 밝혀 놓을께요.

우리나라에서는 역사를 아주 중시하고 있어요.
전통문화 관련 사항이 헌법적으로 규정되어 있기도 하고, 여러 가지 자격시험에 한국사 시험문제가 직접 출제되거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의 별도의 시험을 쳐서 인정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면, 세계적인 경제대국인 일본과의 대립도 역사 문제가 선결과제가 되어 있어요. 이런 것만 봐도 역시 역사를 아주 중시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이긴 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최소한 저는 동의하지 못하겠네요.

일단 불과 수년 전 인터넷 사건사고의 역사를 보기만 하더라도 답이 나오지 않고 있어요.
어느 한 주장이 인터넷 세상을 달구고,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면 온갖 비방중상이 날아들어요. 그런데 반례가 드러나고, 그러한 주장은 금세 자취를 감추고, 그 때의 과격한 주장에는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은채 그 결말은 용두사미가 되고 말아요. 그리고 이전의 사건이 잊혀지면 똑같은 패턴이 재현될 뿐...

조금 범위를 넓혀봐도 사안이 별로 다르지는 않네요.
당장, 6.25 전쟁에 개입해 상황을 엉망으로 만든 중국에 대해서 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지, 중앙아시아 한인 강제이주, 사할린 한인 억류, 민항기 납치사건 및 격추사건 등을 일으킨 소련의 승계국인 러시아에 대해서 왜 사죄와 배상의 말을 꺼내지 못하는지, 그것조차도 궁금해지네요. 역사를 중시한다면 당연히 중국과 소련/러시아의 만행에 대해서 잘 알 것이고, 그 큰 나라인 일본에 대해서도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용기가 있음이 증명된 만큼 그 나라들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을텐데, 왜 그들에게만큼은 그러지 못할까요.

이렇게 역사를 아주 중시하는 듯하면서 그와 동시에 역사의 교훈 따위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 싶은 이중적인 태도에 비판이나 반성 등이 없이, 작게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크게는 애국심이 선택적으로 발동하는 일이 일어나는 건가 봐요. 이렇게 역사를 중시하면서 유사역사학에 열광하고 그 흐름에 쉽게 쓸려 가는 모순적인 상황도 깔끔하게 설명이 되네요.

그 많은 역사의 교훈은 누가 다 잊었을까요?
이 질문을 던져 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