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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익선의 부활, 그 시작

SiteOwner 2017.09.13 21:01:33
20세기 후반에 수중익선(水中翼船, Hydrofoil)이라는 형태의 선박이 등장하여 한때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수중익선이란, 글자 그대로 물 속에 날개를 펴서 달리는 배를 말합니다.
카와사키중공업의 제트포일의 원리 소개페이지(일본어)를 보시면, 수중익선의 원리를 알 수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수중익으로 양력을 발생시켜 선체를 물에 닿지 않도록 높게 띄워서 저항을 줄여 빠르게 항행가능한 선박이 수중익선인 것입니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월등히 높기에 양력을 발생시키는 날개의 크기도 항공기의 것에 비하면 매우 작습니다.

수중익선은 열차와 비슷한 속도로 항행할 수 있어서 빠른데다, 물과 닿는 면적이 적어서 흔들림이 적고 쾌적합니다. 그래서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연구가 많이 되었고, 미국의 항공기 제조사 보잉에서 개발한 모델 929는 단거리 여객선은 물론 군함에까지 채택되었습니다. 그러나 수중익선은 파도가 많이 치는 수역에서는 운용상의 난점이 있고 고래 등의 대형 해양생물과의 충돌에도 취약한데다 여러모로 구조가 복잡해서 유지보수가 까다롭다 보니 예상과 다르게 많이 보급되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보잉 929 수중익선은 1974년에서 1995년까지 43척만 건조되었으며, 생산기간 도중인 1985년을 끝으로 보잉의 생산라인은 26척을 출고하고 폐쇄된 뒤 철거되어 1987년에 일본의 카와사키중공업으로 매각되었고, 1989년부터는 카와사키에서 15척, 중국의 상해신남선창공사(上海新南船廠公司)에서 2척이 추가로 건조되었습니다. 그렇게 생산된 보잉 929는 35척이 일본 국내선, 한일국제항로 및 홍콩-마카오 항로에서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 외의 수중익선으로는 소련의 라케타 및 후계기종인 우크라이나의 보스호트 등도 있습니다만, 라케타는 1970년대에, 그리고 보스호트는 1990년대 전반에 이미 생산종료되어 있어서 21세기에 들어서는 신조 수중익선은 없고 기존 생산분만 운용되다가 수명이 다하거나 사고를 당해서 퇴역하여 운용수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수중익선을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부산-하카타/히타카츠 항로의 경우 JR큐슈의 비틀 및 미래고속의 코비에 사용되는 보잉 929는 1989년에서 1995년 사이에 건조된 것이라서 선령이 이미 22-28년 정도가 됩니다. 게다가 중정비나 악천후 등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은 매일 운항되고 있다 보니 선체의 내구도 문제가 언제 제기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2017년에 들어서 드디어 수중익선을 신규건조한다는 방침이 확정되었습니다.
카와사키중공업의 2017년 6월 30일자 프레스릴리즈(일본어)를 보겠습니다.
요약하자면, 카와사키중공업이 도쿄와 이즈제도를 연결하는 단거리 항로용으로 보잉 929(카와사키에서는 제트포일로 지칭) 1척을 신규건조하고, 그 선박을 2020년 6월까지 공동발주자인 토카이기선(東海汽船株式会社) 및 독립행정법인 철도건설-운수시설정비지원기구(鉄道建設・運輸施設整備支援機構)에 납품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2020년에는 25년만에 신규제작되는 수중익선이 취역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으로 수중익선의 신규건조가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본 내에는 국제선을 운용하는 JR큐슈는 물론 국내선 해운사인 큐슈우선(九州郵船), 사도기선(佐渡汽船), 카고시마상선(鹿児島商船) 등의 기존 수중익선 운용사들도 후계기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고 카와사키중공업도 기존 선박의 유지보수 및 해상고속교통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수중익선 연구개발 및 공급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방침을 천명했습니다.

수중익선의 부활이 시작되는 것을 보니 여러모로 기대가 됩니다.
특히 큐슈 여행을 할 때에는 국제교통수단으로서 JR큐슈의 고속선 비틀을 가장 선호하다 보니 신규제작 비틀을 볼 날도 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