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의 기업들 중에는 상호를 봐서 도저히 어느 나라의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이름의 이미지만으로 막연히 국적을 판단했다가 정작 다른 나라의 것임을 알았을 때 상당히 놀랐던 터라, 이런 것들을 좀 더 모아보기로 했어요. 기업의 이름은 로마자로 표기했을 때 알파벳 순으로 정렬했음을 알려드려요.
Bach
이 철자를 보면 생각나는 인물은 독일의 음악가이자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하지만 이 이름의 기업은 그와는 상관없는 미국의 악기제조사예요. 1918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금관악기의 명문으로 잘 알려져 있고, 창업주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빈첸트 슈로텐바흐(Vincent Schrotenbach, 1890-1976).
Bridgestone
일본제 타이어로 가장 유명한 브리지스톤은 처음에는 국적을 알기 힘들었다가 일본의 것임을 알고는 놀랄 때가 좀 있긴 해요. 이름의 유래는 창업자 이시바시 쇼지로(石橋正二郎, 1889-1976)의 성씨로, 미국에서 타이어 제조기계를 주문했을 때를 계기로 브랜드명을 자신의 성씨를 영어로 옮겨 순서를 뒤바꾼 Bridgestone으로 확정했어요.
Cathay Pacific
홍콩 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캐세이 퍼시픽은 1946년에 호주인 사업가 시드니 드 칸초우(Sydney de Kantzow, 1914-1957)와 미국인 사업가 로이 파렐(Roy C. Farrell, 1914-1996)이 홍콩에서 설립한 항공사로, 영국의 스와이어 그룹 산하에 있어요.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어도 중국의 기업은 아니라는 점이 특이점.
China Airlines
중국 항공사로 착각하기 쉽지만 차이나 에어라인즈, 한자명 중화항공(中華航空)은 대만의 국적 항공사예요. 중국의 국적 항공사는 Air China이고, 한자명은 중국국제항공(中国国際航空). 참고로 1938년에서 1945년 사이에 만주국에 중화항공이라는 항공사가 있었지만 한자명만 같을 뿐 현재의 중화항공과는 완전히 무관한 회사임에 주의.
Cornes
이 기업은 영국인 프레드릭 콘즈(Frederick Cornes) 및 윌리엄 그렉슨 아스파이널(William Gregson Aspinall)이 1861년 홍콩회사법에 근거하여 일본 요코하마에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오늘날에는 홍콩 및 일본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기업으로, 일본 내에서는 기업보험사업, 해운업, 전자산업, 낙농업 등의 각종 기자재, 선박검사, 롤스로이스, 벤틀리,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의 수입 고급차 딜러 등의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요.
De Beers
이름만 봐서는 프랑스나 네덜란드의 회사같기도 하고, 다이아몬드로 유명하다 보니 남아프리카의 기업으로 혼동하기도 쉬운데, 사실은 영국 제국주의 시대를 풍미한 사업가이자 정치가였던 세실 로즈(Cecil Rhodes, 1853-1902)가 1888년에 설립한 영국의 다이아몬드 관련 기업이예요.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어요.
de Havilland
현재는 역사 속으로 퇴장한 기업인 드 하빌랜드는 1920년 제프리 드 하빌랜드(Geoffrey de Havilland)가 창업한 영국의 기업이예요. 프랑스의 기업으로 혼동될 수도 있지만 엄연히 영국의 기업. 이 기업은 세계 최초의 제트여객기인 DH.106 코멧으로도 유명했지만, 1964년에 해체되어 결국 오늘날은 영국의 BAE 시스템즈로 이어져 있고, 캐나다 지사인 드 하빌랜드 캐나다는 봄바르디어에 합병되어 DHC-8 터보프롭 여객기는 Bombardier Dash 8이라는 이름으로 봄바르디어에서 생산되고 있고, 이전에 개발된 기체는 캐나다의 바이킹에어로 생산권한이 매각되어 있어요.
Electrolux
이름이 룩스로 끝난다고 해서 룩셈부르크의 기업같지만 일렉트로룩스는 1919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가전기업. 국내에서도 TV광고를 시작하고 있어요. 가전제품 판매규모로는 미국의 월풀에 이어 세계 2위.
Foxconn
로마자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한자표기에서 일본의 기업으로 착각될만한 폭스콘은 대만의 전자산업 기업. 한자표기가 富士康이니까요. 1974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일본의 액정디스플레이를 대표하는 샤프를 인수한 것으로도 유명할 뿐만 아니라, 아이폰,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의 각종 민생용 전자기기를 위탁생산하고도 있어요.
HILTI
각종 공구의 명가로 유명한 힐티는 의외로 리히텐슈타인의 기업.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있는 산 속의 소국인 리히텐슈타인을 알게 되는 계기 중의 하나가 이 회사예요.
HSBC
기업의 약자는 Hongkong and Shanghai Banking Corporation이지만 홍콩의 기업도 중국의 기업도 아닌 이 은행은 본사를 영국에 두고 있는 영국계 금융회사. 이 은행은 영국의 은행가 토머스 서덜랜드(Thomas Sutherland, 1834-1922)가 1865년 홍콩에서 설립한 홍콩상해은행을 모태로 하고 있어요. 중국에서 영국인의 사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금융회사로서 설립된 이 은행은 영국의 아시아 식민지배가 끝났지만 영국의 영향이 여전히 상당함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어 있어요.
Kaiser Shipyards
독일의 조선회사로 혼동되기 쉬운 이 회사는 미국 조선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헨리 존 카이저(Henry John Kaiser, 1882-1967)가 설립한 조선소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기여한 리버티급 화물선으로 유명했어요. 그 조선소는 전쟁이 끝나갈 무렵에 문을 닫았지만, 그의 이름은 오늘날에도 존속중인 비영리 의료복지재단인 카이저 가문재단(Kaiser Family Foundation) 및 알루미늄 제련업체인 카이저 알루미늄(Kaiser Aluminum)으로 남아 있어요.
Kenwood
1946년 일본의 나가노에서 설립된 이 기업은 음향관련으로 한때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던 브랜드로, 현재는 JVC와 경영통합하여 JVC-켄우드 홀딩스 산하의 브랜드로 존속해 있어요. 켄우드라는 지명은 영국 및 미국에 있는데다, 1947년에 설립된 영국의 주방용품 제조업체 Kenwood Limited가 있다 보니 간혹 양자가 혼동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음향 관련의 켄우드는 엄연히 일본의 기업.
Matsui
영국의 가전유통체인인 딕슨즈 리테일(Dixons Retail)이 1980년대에 이 브랜드를 잠시 사용하고 있었어요. 전혀 일본과 상관없지만, 당시 일본제 가전제품의 세계적인 대유행에 편승해서 만들어진 브랜드는 당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영국군 참전용사들의 항의를 받기도 한 적이 있었어요.
Montblanc
몽블랑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에 걸쳐있는 알프스산맥의 산으로,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이 산의 이름을 딴 만년필 제조사인 몽블랑은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기업으로, 1906년에 창업된 이래 111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어요. 지배구조는 자주 바뀐 편으로, 1977년 영국의 담배제품 회사인 던힐에 인수되기도 하였고, 현재는 스위스의 패션그룹 리슈몽이 던힐을 인수하였다 보니 같이 편입되어 있어요. 리슈몽 산하의 또다른 대표 브랜드로는 까르띠에, 던힐, 피아제, 바쉐론 콘스탄틴 등.
Panavision
일본의 가전회사 파나소닉과 이름이 비슷하여 자회사로 혼동될 수 있는 파나비젼은 파나소닉과 전혀 관련이 없어요. 이 회사는 영화촬영용 카메라, 렌즈 등의 장비를 생산하는 미국의 기업으로 1953년에 로버트 고트샬크(Robert Gottschalk, 1918-1982)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설립했어요.
Schneider Electric
슈나이더는 재단사를 뜻하는 독일식 이름이지만, 이 이름의 기업은 프랑스인이 프랑스에서 창업한 프랑스의 전기관련 대기업. 1836년 프랑스인 슈나이더 형제가 창업한 이래 프랑스를 대표하는 전기관련 기업이자 경제전문지 포춘 세계 500대 기업에 속한 이 기업의 제품은 법인용이 주력이라서 일반소비자는 좀처럼 보기 힘들어요. 혹시 APC라는 이름의 빨간 글씨로 된 비상전원장치를 보셨나요? 이 브랜드가 2007년부터 슈나이더전기의 브랜드로 편입되어 있어요.
Swarovski
이름만으로는 러시아나 폴란드의 기업같은 이 회사는 크리스탈 하면 바로 떠오르는 오스트리아의 기업. 현재의 체코에 속하는 보헤미아 지방에서 태어난 다니엘 스와로브스키(Daniel Swarovski, 1862-1956)가 1895년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시작하였어요. 스와로브스키에서 제조되는 각종 크리스탈 상품은 아름답고 견고한데다 품질 또한 균일하여 화학공업으로 만들어내는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보석류의 명가로서의 명성을 누리고 있어요. 전세계 170개국 2,800여개의 매장에서 판매되는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탈 제품은 여성들의 로망 중의 하나.
Technicolor
자국어를 아주 사랑하기로 정평있는 프랑스의 기업인데 이름은 영어로 되어 있는 특이한 케이스. 이 회사는 영국계 미국인인 엘리후 톰슨(Elihu Thomson, 1853-1937)이 1880년에 미국에서 설립한 기업인 톰슨-휴스턴이 1893년에 프랑스에 설립한 지사에서 유래하고 있어요. 그리고 테크니칼라라는 이름은 1914년부터 사용하고 있다가 도중에 톰슨 멀티미디어로 개칭했다 현재는 Technicolor SA로 존속해 있어요. 이 기업의 상품 중 대중에 가장 친숙한 것은 영화필름.
이 정도로 정리해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