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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신앙과 원시 신앙의 관계(?)에 대해서

마키 2017.02.22 15:28:46

본내용에 앞서 화물 신앙(cargo cult)은 주로 남태평양 등지에 퍼져있는 컬트의 일종입니다.

 

외부세계와 철저하게 고립된 소규모의 전통 사회에게 외부세계의 문물은 그들의 상식을 아득하게 초월하는 마법같은 것들인데, 화물 신앙이 생겨난 이유는 대략 이렇습니다. 전쟁 기간 중 태평양 각지의 섬을 점령하던 연합군과 일본군은 섬에 기지나 비행장, 격납고 등을 짓고 수송기나 수송선 등으로 물자를 보급받으며 원주민들에게도 화합의 의미로 진귀한 선물들을 주고 그러다가 전선의 이동으로 섬에서 철수하면서 그것들을 그대로 섬에 놓고 가게 됩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나면 이런 섬에는 다시 방문하지 않죠.

 

이것이 원시 부족들의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천둥치는 굉음과 함께 거대한 새(수송기)가 나타나던가, 바닷속에서 거대한 바다괴물(수송선)이 나타나 자신들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같은 것들(미군)을 대려다 주는데 이들은 이상하게도 생산 활동 같은 것은 전혀 하지 않지만 어디선가 계속 진귀한 물건을 갖고 오고 이 물건들은 그 부족에겐 그야말로 마법같은 존재들이나 다름없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어느 순간 이 낯선 이방인들은 왔을 때 처럼 기묘하게 사라져버리고 다시는 모습을 내비치지 않는데, 부족들은 그들이 자신들의 조상신의 사자라 믿고 그들에게 축복을 내려주려 온 존재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들이 했던 것 처럼 활주로와 공항, 기지 등의 자신들 나름대로의 신전과 제단을 짓고, 비행기의 모형을 만들어서 이착륙 모습을 흉내내다보면 이 낯선 이방인, 즉 자신들의 신의 사자가 다시 돌아와 자신들에게 축복을 내려준다고 믿으면서 점차 컬트의 형태를 갖추게 되고, 이것이 바로 화물 신앙인 것이죠.

 

 

이것을 다시 원시 신앙에 대입해보면 이렇습니다. 인류가 아직 문명을 일구기도 전인 원시 사회의 원시 부족들에게 있어 자연이란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을겁니다. 이를테면 '형태가 없지만 빛과 열을 내는 무언가'를 발견한 인류는 이것이 주변을 밝게 비추는 광원 이라는 사실과, 뜨거운 열을 내는 열원이라는 사실을 동시에 깨닫습니다. 어둠속에서도 밝게 빛을 내는 광원으로 동굴을 환하게 밝히고, 동시에 우연한 계기로 식량을 이것과 가까이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불'이라는 형태로 다루게 되면서 비로소 문명이 시작하게 되는거죠.

 

또 하나 예를 들어 번개의 경우, 원시 인류는 이따금 하늘에서 눈부신 섬광이 번쩍이고(번개), 귀청을 찢는 굉음(천둥)이 들려오는걸 인식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서 번개라는건 도저히 자신들의 상식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미지의 대상이기에 자신들이 가진 상식으로 해석하려 해 본 결과 "저 머나먼 하늘 위에는 저것을 다루는 존재가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단순한 자연현상을 현재 가지고 있는 인식과 상식 안에서 어떻게든 납득해보려 해석해본 결과 자연물 하나하나에 인격을 부여하게 되면서 점차 '저 하늘 높은 곳에서 번쩍이는 것을 다루는 높으신 분', 혹은 '거대한 대양을 다루는 높으신 분' 등의 즉 신이라는 절대자적인 존재로 형태를 갖춰나가게 되죠. 

 

 

결론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컬트가 각지의 구전 설화와 민담이 되고 점차 하나의 신화와 전설, 더 나아가 종교 등의 개념으로 자리잡은게 아닐까, 그리고 화물 신앙이야말로 원시 신앙이 어떻게 생겨나고 발전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