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당에서 판매자에게 넣을 메일을 작성할 때 영어로 Soviet / Russian Navy Sailors blue jacket with collar라고 적힌 부분을 보신 분들이라면 제가 무엇을 구매하려고 했었는지 이미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일단 다시 한 번 소개해 드리자면 말 그대로 깃(칼라)을 포함한 소련/러시아 해군 수병 셔츠입니다.
(판매 홈페이지의 샘플 착용샷.)
이 세일러 셔츠는 수병 정복의 일부로서 20세기까지만 해도 정복 뿐만 아니라 근무복을 겸하는 옷이었습니다. 영국에서 탄생하여 수많은 국가의 해군 및 상선단의 복장에 크나큰 영향을 준 옷이었고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었죠.
다만 특이점이 있다면 러시아 수병 정복에는 넥타이 역할을 하는 네커치프(Neckerchief)가 없다는 것. 이는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프랑스 역시 수병 정복에 네커치프가 없지요.) 또한 이 옷의 원조인 영국을 포함한 서구권 국가들이 칼라를 제외한 옷의 색상을 검정색으로 바꿀 때 러시아는 네이비 블루라 불리는 진청색을 유지하였습니다. 그 외에 전체적인 스타일은 많은 소련 시절 동구권 및 공산권 국가들의 복식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설명은 이쯤으로 하고 우선 도착한 옷을 개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강당에도 올렸지만 한 번 더. 우크라이나 우체국을 통해 2주가 넘게 걸려 겨우 도착한 소포입니다. 우표 5장에 테이프로 꽁꽁 싸매여 도착했지요.
첫 개봉. 이후 꺼내서 바닥에 펼쳐보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칼라는 셔츠와 별도로 분리되는 형태입니다. 동계용 옷이라 그런지 꽤 두껍고 질긴데 저 칼라만은 손수건과 같이 얇은 재질이지요.
어깨에는 키릴 문자로 ф(에프)가 새겨진 견장이 붙어 있습니다. 영어의 F에 해당하는데 영어의 Fleet(플리트)와 같이 함대를 뜻하는 단어인 флот(플라트)의 앞글자에서 따왔습니다.
목 부위. 뒤쪽의 단추구멍은 칼라를 고정하기 위해 달려있는 것입니다. 칼라에도 저 부분에 단추가 달려있어 저 구멍에 끼워넣어 고정하게 되어있지요.
그리고 가슴 안쪽에는 역시 칼라를 고정할 목적으로 단추가 달려있고 칼라 역시 저 부위에 단추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목 주변의 이 부분들을 단추로 고정시킨 후 입어서 정리를 해주면 되지요.
첫 번째 착용샷. 어......가슴가리개가 없어서 런닝이 다 드러났군요.;;;
그래서, 런닝 말고 이전에 구입했던 텔냐쉬카를 안쪽에 입고서 다시 촬영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되는군요. 러시아 수병 정복의 정석은 역시 세일러 셔츠+텔냐쉬카입니다. 이렇게 하니 보기 좋네요.
손목 샷. 손목은 이런 식으로 단추로 고정하게 되어있습니다. 금빛 단추가 인상적인데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해군을 상징하는 닻이 새겨져 있습니다.
뭐어 사실 밀리터리 매니아가 아닌 이상 관심을 가질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하거니와 일상용으로 세일러복 형태의 사복조차 직접 입고 다니길 꺼리시는 분들도 있을 테니 추천을 드리긴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네요.
다만 신축성이 거의 없고 질기기 때문에 구입하기 전에 사이즈를 잘 보고 살 필요는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산 건 제 몸에는 잘 맞으나 입고 벗을 때 조금 걸리적 거렸습니다.
아니면 살을 더 빼야 하는 건가.....
그 외의 단점이랄만한 건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미묘하게 신경쓰이는 부분들은 있었죠.
이건 칼라의 뒷면
이건 셔츠의 안쪽.
어....뭔가 각인이 새겨졌던 흔적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진품, 그것도 군에서 실제 사용하던 물건이 유출된 것이 아닐까 의심이 갑니다. 하필 배송지가 우크라이나였던 것도 그렇고 우크라이나군의 현실이 그렇다 보니 더더욱 의심이 가는 물건이로군요. 뭐어 레플리카가 아닌 진품이라면 더더욱 환영할 일이긴 하지만 뭔가 미묘한 감정이...;;;
여튼 그러합니다. 이상 러시아 해군 수병 셔츠의 리뷰를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