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것이 여러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 피로감이 느껴지는 몇 가지가 있어요.
오늘 특히 많이 생각나는 것은 개인을 못살게 구는 사회풍조라고 해야 할까요.
흔히 하는 말로 혼자 밥먹지 마라 운운하는 거라든지 고등학교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하는 것들이 있는데 저는 그런 말을 싫어하고 있어요. 대체 그런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개인행동이나 교우관계의 형성시기 같은 것들은 최소한도로 제한되어야 마땅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 기분조차 좋아지지 않거든요.
대학생활 때는 같은 과목을 듣는 사람끼리 시간이 맞아서 식사를 같이 하는 경우가 간혹 있긴 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것이 왜 죄악시되거나 이상하게 여겨져야 할까요? 게다가, 친구에 진정한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가 있다는 전제 자체가 불쾌하기 짝이 없어요. 그리고 설령 그 전제에 동의한다 한들, 왜 고등학교로 한정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게다가 요즘 각지에서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대학내의 군대놀이 등 학원폭력사태를 보니 무서운 생각까지 들고 있어요.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 발전했고 자유로운 시대에 역으로 그 자유를 방패삼아 자유의 적들이 발호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운이 좋았던 것인지 저는 대학생활 때 그런 것들을 경험하지 않았고 당시 생활이 제 한 몸 추스리기도 바빴던 터라 세상 돌아가는 일에 좀 무관심하기도 해서 잘은 몰랐는데 여유가 생긴 지금은 저런 소식들을 접하니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를 않고 있어요.
왜 이렇게 개인을 못살게 굴고 누군가와 엮어 넣으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중학교 및 고등학교에서 온갖 불합리한 규정 및 학교 차원의 자의적인 통제에 시달렸으면서 대학에 입학해서까지 그런 굴레를 유지하려는 것일까요? 어쩌면 전체주의를 희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 중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틀렸으면 하는 가정까지 하게 되네요.
제대로 보람있게 살아도 모자라는 인생이 이렇게 개인을 못살게 구는 사회풍조에 낭비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어요.
이 희망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