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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판데믹에 안전할까?

마드리갈 2016.01.29 17:43:52

악마의 살육극같이 끔찍한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무서운 질병.


세계 역사상 이런 질병이 역사를 바꾼 경우가 많았어요.

14세기 중반의 중세 유럽의 인구의 30-60% 정도를 급감시켜 중세의 정치적, 경제적 근간을 뒤흔들어버린 흑사병이라든지, 20세기초에 대유행하여 5억명 정도를 감염시키고 당시 인구의 3-5% 정도인 5천만명에서 1억명 정도를 죽게 만든 스페인독감같은 것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일 거예요. 그리고, 유럽인들로부터 옮은 감기 등 여러 가벼운 질병으로 미주의 원주민들이 급속히 죽어서 극소수만 살아남거나 심지어는 완전히 절멸해 버린 사례도 있고,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19세기초에 호열자(=콜레라)가 급속히 유행하여 조선사회의 붕괴에 가속도가 붙고 말았어요.


이렇게 거명된 전염병(伝染病, epidemic)들은, 발생과 유행이 특정지역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세계로 전파되고 엄청난 후유증을 남기다 보니 판데믹(pandemic), 즉 범유행 전염병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게다가 국제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판데믹은 반드시 연결되거나 왕래가 잦은 지역이 아니더라도 발병할 수 있어요. 이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작년 국내를 강타하여 다수의 사망자를 내고 사회적으로도 큰 상처를 남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우리나라는 중동지역과 많이 떨어져 있는데다 일부 동물원을 제외하면 낙타 사육두수도 거의 없고 인적교류의 양도 많지 않은데, 갑자기 발병하여 버렸어요. 게다가 올해 들어서는 남미지역에서 지카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소두증이 세계적인 공포를 양산하고 있고,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가 진정국면에 들어갔다고 여겨진 에볼라 바이러스가 다시금 창궐하고 있어요. 이것 말고도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 사스(SARS, 급성호흡기증후군), H5N1(조류독감), H1N1(신종플루) 등의 변형 인플루엔자 등, 여러 종류의 판데믹이 인류의 생활 속에 파고들어 있어요.


이런 위험의 일상화 속에서 과연 우리는 안전할까요?


한때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당시에는 손씻기, 소독 등이 꽤 활성화되어서 공공장소 내에서 손소독제 등을 보기가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은 그때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네요. 이건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서 빠짐없이 손을 씻는다든지 하는 것으로 보완이 가능하니 일단 난외로 돌릴까 해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욱 심각한 게 있어요. 그것은 바로 교통수단의 좌석. 특히 직물 표면은 이래도 괜찮은가 싶기도 해요.

직물 소재는 미끄러짐이 적고 덜 차갑다 보니 겨울에는 꽤 유용하지만, 일단 구조상 먼지를 먹기 쉽고 그래서 그 먼지와 함께 병원체가 숨어 있기에 적합해요. 게다가 직물 재질의 시트 표면재는 탑승시간이 긴 장거리 교통수단에 많이 채용되어 있어서 탑승자와 오랜 시간 밀착해 있기 마련이예요. 그나마 항공기의 경우는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서 감압, 가열, 보습, 소독 등의 절차를 거쳐서 실내에 공급 후에 배출하는 환기방식을 채택해서 낫지만 철도차량이나 자동차는 그런 것도 아니니까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어요.


또 걱정되는 것 중의 하나는 학교.

저는 초중고 각급학교 및 대학을 보건정책의 사각지대라고 보고 있어요.

초중고 각급학교의 경우는 구성원의 상당수가 거의 같은 연령대이자 생활범위에서도 동질성이 크고, 하루 중 꽤 오랜 시간을 한 공간에서 같이 지내니까 전염병이 발발하면 급속도로 전파되어 버리기 쉬워요. 게다가 대학의 경우는 구성원의 동질성 및 동일 시공간의 공유는 상당부분 완화되지만, 대신에 구성원들이 상당히 다양해지고 학교에 따라서는 생물학, 의학, 농학같은 전공도 있으니까 안전관리에 철저하지 않으면 위험수준이 고도로 높아질 수도 있어요. 그런데 각 현장에는 전문의료인력, 설비품 등이 상주되어 있는 경우는 아주 적으니까 문제. 게다가 새 학년이 시작해서 따뜻해지면 위험은 몇 배로 증가하기 마련이예요.


이렇게 판데믹은 보다 빠르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우리의 삶을 다각도로 위협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는 그 판데믹에 언제까지 안전할 수 있는 것일까 모르겠네요. 게다가 사회 곳곳의 약점에 대해서 의사결정권자들이 고심하면서 온갖 지혜를 쥐어짜도 부족한 마당인데, 그런 건 어떻게 되든 관계없는 남의 이야기인지 신경쓰는 모습은 보이지 않네요. 이게 제발 제 과문의 탓이면 좋겠어요.



해외시찰 등의 이유로 남미를 다녀온 어떤 정책입안자들에게 문제가 일어나면 대비가 될까요...?

이렇게 생각하니 쓴웃음이 지어지고 있어요. 지금 마시는 녹차의 맛과 더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