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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톡스라는 이름의 독

마드리갈 2015.03.02 13:55:06

작년부터인지 갑자기 디톡스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공중파 방송이나 전국 일간지에서도 디톡스 다이어트를 언급하고 그것을 홍보까지 하는데 디톡스란 과연 무엇일까요? 이것은 detoxification이라는 영어단어를 줄인 것인데, 단어 자체만을 보면 해독, 즉 독을 분해한다는 뜻이예요. 인체에서는 독이 생성되니까 이것을 분해해서 배출시키면 체내가 깨끗해지고 면역력이 강해져서 건강이 증진된다는 것인데, 상당히 과학적으로 보이죠? 그런데 아쉽게도 아니랍니다. 


이런 기사를 봤어요.

http://food.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2/17/2015021702239.html

"건강하게 해독하자! 상황별 디톡스 가이드" 제하의 기사인데, 여기서 어이없는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어요.

사실 위의 기사에 나온 방법은 한때 유행했지만 금방 잊혀지고 마는 원푸드 다이어트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다른 것은 먹지도 말고 오로지 디톡스용 음료만 마시라는 데에서 위험성이 있어요. 영양 불균형이 눈에 보이니까요.

게다가 몸에 남아있는 영양소를 연료로 사용하여 독소를 분해한다는 사고방식은 경악 그 자체. 이런 일이 일어나면 인체는 체내의 단백질을 소모하여 에너지로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케톤 등의 독소가 생성되어요. 즉 독을 분해하기는커녕 체내에 독을 쌓는 것이 되어요. 그러니 피부가 나빠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렇게 되면 진짜 해독작용을 수행하는 간과 신장에 무리가 가는 것은 물론이고, 한동안 영양소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인체는 기아상태에 근접하게 되어요. 이러면서 항상성에 혼란이 오는 것이죠. 조금만 영양소가 더 공급되어도 몸에서 난리가 난다든지. 이것은 일본의 민담에 나오는 요괴인 유키온나(雪女)와 다름없어요. 즉 갑작스런 체온저하로 인해 혼동이 발생해서 심장 부근의 체온이 올라가서 착각 속에 옷을 벗게 되고 결국 그 상태로 동사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그 요괴로 설명하는 것이나 무엇이 다를까요.


이러한 디톡스들은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등에서 성행했던 원시의학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그것들은 이미 현대의학이 발전하면서 비과학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는 것이 속속들이 증명되어 온 터라 이제는 역사 속에 이런 것이 있었다는 것 이외에는 의미가 없어요. 제안하는 방법들이 대체 어떤 메카니즘으로 작동하는지도 구체적으로 알 수 없고 그래서 계량화도 불가능해요. 그렇다면 당연히 검증이 불가능하죠. 인체의 항상성 유지 시스템을 무시하는 데에서 더 볼 것도 없어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디톡스 자체가 제거해야 할 독임에 틀림없어요.

그리고 이것 말고도 최근 이상할 정도로 범람하는 각종 유사과학에 조심해야겠어요. 식물성 마가린의 실체에 눈감았던 사례나 글루텐 유해논란 같은 것들에 낚이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