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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의 인공기, 그리고 생각 몇 가지

마드리갈 2014.06.15 23:39:29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안보, 통일, 남북관계 등을 이야기하면 이상한 기류가 형성되어 있어요.

안보를 중시하자면 전쟁광으로 비난당해야 하고, 북한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 비판을 하면 고루한 생각으로 여겨지고 반통일, 반민족, 수구, 극우 등의 온갖 마타도어가 따라다녀야 하고, "진보" 라는 말에는 북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만 그것을 지적하면 안되는, 일종의 공공연한 금기가 있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6.25 전쟁이나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들을 반통일분자, 제국주의의 주구 등으로 폄하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었어요. 이를테면, 시위 현장에서 어떤 대학생들이 참전용사들에게 "당신들같은 반동분자들만 없었어도 인민공화국이 설립되었을 것이다!!" 라는 험구를 퍼붓는가 하면, 월남전을 일본의 태평양전쟁 도발과 동일시하는 시선도 있어요. 게다가 과거의 안보관련 사안을, 몇 가지 공작정치 사안이 연결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폄하하는 행태도 있었어요.


그리고 어디 그뿐인가요?

가장 엄숙해야 할 공간인 현충원에서 추태를 부리는 일도 늘어났어요. 현충원 내에서 취사도구를 반입하여 밥을 짓고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신다든지 하는 추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결국 오늘 신문 보도에서는 눈을 의심하게 하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어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6/15/2014061502361.html


기사를 읽어볼까요?

인공기와 태극기가 같이 등장하는 조형물, 그리고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진 의자.

6.25 전쟁 전몰자를 추모하기 위해 현충원을 방문한 미군 예비역 장교부부가 이것들을 발견해서 신고했어요.

이 기사를 읽고, 분노와 부끄러움을 느낀 사람은 저뿐일까요?


남북화해, 말은 좋지요. 하지만 모순이 심각해요.

그런데 6.25 전쟁이 그냥 내란인가요? 그리고 우리에게도 귀책사유가 있는 그런 전쟁인가요? 이 전쟁이 김일성 정권의 헛된 적화야욕이 만들어낸 침략전쟁이고 국제전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 그리고 여전히 북한은 대한민국 말살이라는 목표를 전혀 수정하지 않고 침략전쟁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 허울좋은 남북화해라는 정치이념이, 현충원에 인공기를 포함시킨 구조물을 설치해도 될 권리를 주기라도 했나요?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고 관점이 다양하다지만, 이건 명백히 아니예요. 하지 말았어야 해요.

그리고 그 자리에 왜 하켄크로이츠 문양의 의자가 있어야 할까요? 


아무리 큰 시각에서 이해하려고 해도, 이건 명백히 잘못되었어요. 이런 조형물은 발상도 실천방법도 역겨워요.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할 것이 있고 안 할 것이 있는 법 아닌가요?

혹시 이렇게 생각하는 제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용인하지 못할만큼 속이 좁은 것일까요?

아니면 전쟁광, 반통일분자, 반민족 역적, 수구, 극우주의자, 반동분자 등으로 불려 마땅한 것일까요?


남북화해라는 거대담론이 비판을 거부하는 도그마가 되고, 몰상식한 사건이 표현과 사상의 자유 뒤에 숨어서 자유의 적이 되고 있는 세태가 결국 이런 사건을 낳은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씁쓸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