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궁 정문에 택시 한 대가 도착한다. 택시에서 내리는 건 덩치가 크고, 트렌치코트를 입은 한 남자. 머리는 희끗희끗하고, 나이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인다. 그는 익숙하게 진리궁의 외관을 한번 보더니, 이윽고 무언가 알겠다는 듯 정문을 통해 들어가려고 한다. 정문에 지키고 서 있던 정장 입은 남자가 제지한다.
“잠깐, 총회장님 승인은 받으셨습니까? 사전에 승인된 분이 아니라면, 진리궁에 출입할 때는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말도 무시한 채, 그는 진리궁 정문 안으로 들어서려 한다.
“무슨 소란이냐?”
현관 안쪽에 있던 다른 남자의 말을 신호로, 총회장의 경호팀으로 보이는 정장을 입은 남자 몇 명이 그를 둘러싼다. 하지만 그 남자의 반응은 예상 밖이다.
“뭐, 총회장님 경호팀은 다들 한가한가 보군. 굳이 보고 싶다면 사양하지는 않는데...”
오히려 그 남자는 가소롭다는 듯 말한다. 그리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장로 한 명이 로비로 내려오며 말한다.
“데키우스 강사!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이미 승인 절차는 완료되었는데, 전달에 문제가 있었나 보군! 지금 바로 올라오게!”
“훗, 진작 그렇게 말할 것이지.”
그는 웃음을 흘리며, 원래 그리로 가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처럼, 장로의 인도를 받아 계단을 따라 올라가, 총회장실로 향한다. 총회장에게 예를 표하고서, 데키우스라고 불린 남자는 총회장과 마주 앉는다.
이윽고, 데키우스라고 불린 중년의 남자와 총회장이 마주 앉은 총회장실. 총회장은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이 남자를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차를 마시며 마주 앉아 있기를 약 10여 분, 데키우스는 대뜸 총회장에게 말한다.
“왜 이럴 때 나를 불렀습니까!”
“왜기는... ”
총회장은 그렇게 말하며, 지금까지 방송에 나온 진리성회 고발성 뉴스들과, 여기에 대응해 활동한 처단조, 그리고 ‘마리우스 회수조’의 활동 내역을 보여준다. 데키우스는 그걸 보더니, ‘하’ 하고 한심하다는 듯한 한숨을 내뱉는다.
“그걸 그렇게만 하니까 진전이 없는 겁니다! 좀 더 과감하게...”
“과감하게 뭘?”
총회장은 궁금하기도 하고, 데키우스가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 못내 미덥지 않기도 한 모양이다. 데키우스는 나름대로 준비해 온 게 있던 모양인지, 책상을 꽝 내려치며 말한다.
“그러니까 제 말을 좀 자세히 들어 보시란 말입니다, 총회장님! 이대로면 우리 진리성회는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단 말입니다!”
“그래, 데키우스 강사. 어디 들어 보자고. 그간 열심히 수련을 했으니 묘안이 있겠지.”
“하... 오늘은 또 왜 이래.”
아마데오는 집으로 돌아가다 말고, 미린역 지하 쇼핑몰에 들른 참이다.
아까 소마 선생과 로드리고, 그리고 아마데오가 3자 대면을 했다. 소마 선생이 태블릿에 열심히 두드려서 ‘네가 초능력을 쓴 걸 다 아니까 풀어라’라는 요지의 장문의 글을 보여줬다. 당연히 아마데오는 자신이 한 게 아니라며 열심히 발뺌만 했을 뿐, 다른 말은 하지도 않은 채 소마 선생과 무언의 신경전만 계속하다가, 오후 5시가 되어 소마 선생이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재빨리 도망간 것이다.
아마데오로서는 그 능력은 절대로 풀 수가 없다. 물론 아마데오의 의지로 해제할 수는 있지만, 그랬다가는 지금까지 아마데오의 능력에 당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보복하러 올 게 분명하다. 요 일주일 동안 능력을 사용해 본 결과로, 아마데오는 그것을 매우 잘 안다.
“안되지... 절대 안돼.”
다시 한번 그렇게 다짐하고는, 시간이나 보낼 요량으로 돌아다니기로 한다. 그런데 거기에서 마침 아멜리와 방송부원들을 마주친다.
“이야, 아멜리! 너 웬일이냐. 이런 데 다 오고!”
“그야 당연하지. 우리 방송부원들 챙겨 주려면 이 정도는 해 줘야 한다고! 그런데 너야말로 뭐 하냐? 금요일인데 좀 재미있게 놀지.”
“아, 아니야. 지금 집에 들어가도 딱히 할 게 없어서 말이야, 하하하.”
“없기는... 너 같이 혼자 있기 좋아하는 애가 집에 가서 할 일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저녁 식사라도 같이 할까?”
“아니, 아니야, 됐다고! 나는 그저...”
“에이, 사 준다는데도 싫대. 좋아, 그러면 다음 주에 봐.”
아멜리와 인사하고, 아마데오는 조금 걷다가, 뽑기 가게 앞에서 서성인다. 여기에서 무언가 실험해 볼 게 있기 때문이다. 아까 소마 선생과의 1시간 넘은 대치 상황에서 무언가 깨달은 게 있기 때문이다.
“한 녀석만 걸려라... 한 녀석만.”
그렇게 아마데오가 10분 정도 거기서 서성이고 있자, 드디어 누군가가 그 뽑기 가게의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자마자 그 남자는 대뜸 아마데오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야, 학생, 여기서 뭘 하고 있지? 설마 혼자 온 건 아니겠지?”
아마데오가 보니, 딱 봐도 어디 재개발이 실패한 재개발지구 같은 곳에서나 돌아다닐 법한 불량배들이다. 그중 하나가, 아마데오가 쓴 흰 마스크를 벗긴다.
“하하, 이게 허세를 다 부려? 어디 건방지게. 아가야, 형님 돈이 좀 궁하니까 기부 좀 해라? 안 하면...”
그런데 그 불량배의 말은 거기서 더 이어지지 못한다. 그것뿐만 아니라, 그 불량배의 발부터 시작해서, 손, 그리고 머리까지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고정되어 버린다. 그 불량배가 아마데오의 치열교정기를 봐 버린 탓이다. 아마데오는 그저 눈을 깜빡거릴 뿐인 그 불량배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한마디 한다.
“그러게 건드리지 말랬잖아.”
아마데오는 유유히 그 뽑기 가게를 나선다. 그 불량배의 친구들이 몸이 굳어져 버린 남자를 이리저리 흔들어도 보고, 몸을 움직여 보려고 하지만, 그 역시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지, 눈만 껌벅이고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마데오를 노려보는 건 빼놓지 않는다. 그 자리를 떠나며, 아마데오는 혼자 중얼거린다.
“소마 선생님이 나한테 좋은 걸 하나 해 줬네... 뭐, 좋아. 이제 봐. 못 움직이게 되면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한편 그 시간, 민과 친구들은 RZ게임센터로 향하는 길이다.
“아까도 지아의 인형이 비늘 줍는 거 보이던데, 오늘도 RZ타워 가면 많이 보이려나 몰라.”
“야, 민이 너! 아까도 그렇고 왜 오늘 이상한 소리만 해!”
옆에서 듣던 유가 기겁한 모양인지 말을 꺼내려는 민을 제지하며 말한다.
“그러다가 진짜로 여기 괴수가 딱 나타나면 어쩌려고!”
“에이, 그러면 또 뭐든 하겠지.”
듣고 있던 타냐와 리카 역시 기겁한 모양이다.
“진짜 나타나면 어쩌려고!”
그런데, 한참 신나게 길을 걷던 민과 친구들의 앞에, 나이는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정도로 되어 보이는 여자 패거리 몇 명이 나타난다. 딱 봐서는 홈카페 동아리의 매니저 미아와 비슷한 패션의 복장을 했는데 미아보다 훨씬 어두워 보인다.
“뭐지? 저 누나들...”
예전에 본 것과 마찬가지로, 눈에 초점이 없어 보이고, 누군가의 명령을 지속적으로 받는 건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게 한눈에 봐도 보인다.
“저번에 한 것과 마찬가지로 하면 되는 건가...”
민의 그 말에 유가 말한다.
“아니야, 이미 그런 건 학습해서 통하지 않을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말이야, 그냥 다른 데로 가서 다음에 상대하면 어때?”
유의 말을 듣자 민이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도망치는 건 좋은데... 그러다가 저 녀석들이 우리만 따라오면 어떡해?”
“뭐, 아니면... 다른 방법을 써야지.”
“다른 방법이라면?”
민은 일단 자신이 말은 했으니, 내키는 상황은 아니지만 일단 그 패거리 앞으로 다가가서 큰소리를 친다.
“그렇게 먹잇감을 찾는 건 좋은데 그 전에 나를 좀 상대해 볼래?”
민의 예상대로 그 패거리는 민의 도발에 움찔해서는, 민 쪽을 돌아보며 말한다.
“어디 감히 우리를...”
“그런 허세로 우리를 이길 것 같으냐!”
과연, 세뇌당하기 전에도 기가 센 건 여전한 모양인지, 민의 도발에 다들 반응해서 달려들기 시작한다. 물론 다들 약속이라도 했는지, 다들 한 손에는 쌍절곤이나 막대기 같은 걸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초능력 특유의 아우라를 뿜어내며 말한다.
“어디 덤벼...”
하지만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패거리는 민이 내보낸 염동력의 파동에 의해 나가떨어진다. 그것도 너무나도 손쉽게. 그래도 민이 자기 능력을 아주 조금만 썼던 탓에, 그 패거리는 다시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민을 향해 다시 덤벼들 준비를 한다. 하지만 민은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에이, 그렇게 하면 쓰나? 어차피 가망도 없는데, 뭐 다른 수단 없어?”
그런데 그 패거리 중 한 명이 민의 그 도발에 넘어갔는지, 다른 패거리보다 앞에 서서 말한다. 딱 한눈에 봐도 어디 애니메이션의 다크히어로처럼 생긴, 검은 생머리의 여자다.
“좋다... 네 말대로, 다른 대결을 한번 해 보자 이거야! 이기면,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는 거다... 알겠어?”
보나마나 그 패거리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란, 진리성회 가입이라든가 다른 무언가일 것이다.
“야, 너 또 무슨 말을 한 거야!”
“그러게... 또 다른 이상한 수에 말려든 건 아닌가 몰라.”
친구들의 그 말에도 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패거리를 돌아보며 말한다.
“자! 다른 대결을 원한다면 우리를 한번 따라와 보라고.”
“야, 뭘 하게? 너무 무모한 건 아닌가 몰라...”
“와 보면 알아.”
민의 의도대로, 그 패거리는 주변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관심도 주지 않고서 얌전히 민과 일행의 뒤를 졸졸 따라 RZ 게임센터까지 간다.
어느덧 그 패거리가 RZ 게임센터에 도착해, 민이 의도한 대로 각각 자리를 잡고 앉는다. 겉보기에는 금요일 저녁에 놀러 온 여중생 또는 여고생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뇌가 강하게 되어 있었던 탓인지, 자리에 앉아서도 게임은 일절 하려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누군가의 지시만을 기다리려 하는 모습이 딱 봐도 눈에 보인다. 걱정된 듯 보인 타냐가 말한다.
“야, 저 언니들 뭔가 다른 곳으로 유도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기다려 봐. 다 방법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더니, 민은 에어하키 필드 앞에 서서는, 그 패거리를 향해 큰 소리로 말한다.
“자, 자! 여기로 와 보라고! 누나들이 나하고 할 건 바로 이거니까!”
“뭐? 고작 에어하키를?”
그 패거리의 리더격인, 아까 민과 대결을 하자고 한 그 여자는 세뇌되어서 다른 말을 잘 못 하는 중에도 승부욕은 없어지지 않은 모양인지, 민을 향해 코웃음을 치며 말한다.
“그래, 그 에어하키가 네 장기인 것 같은데, 기꺼이 상대해 주지. 만약 지면, 그게 무슨 뜻인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