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9월 22일은 미국의 고급호텔의 대명사로 불리는 뉴욕시 소재의 플라자호텔(Plaza Hotel)에서 개최된 미국, 일본, 서독, 영국 및 프랑스의 5개국 재무장관회의였던 플라자합의(Plaza Accord)가 열린 날. 그리고 40년이 흐른 현재의 세계상은 이렇게 달라졌어요.
간단히 말해서 이런 것이었어요. 미국이 동맹국 4개국 재무장관을 불러 "당신네 나라들은 돈 벌지 마라" 라고 강요한 것.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그렇게 동맹국들을 쥐어짜려는 의향을 내비쳤고 특히 그 중 경제력이 가장 강한데다 대미흑자가 최대였던 일본에 대해서는 합의 이전의 2배를 넘는 엔고(円高) 강요로 일본기업의 수출물가를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일본의 반도체산업을 방해했어요.
우선, 미국을 맹추격하던 일본이 이 합의 이후 크게 약체화되었어요.
40년간 경제성장을 보면 미국은 7배, 중국은 62배로 성장한 반면 일본은 3배 성장에 그쳤고 반도체왕국 및 가전왕국의 명성은 퇴조해 있어요. 자동차, 공작기계, 소재자원 및 종합상사 분야에서는 여전히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2025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2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으로 인해 이것도 순탄하지 못한데다 2022년부터 러시아가 일으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달러를 위해 엔화를 매각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세계최강의 안전자산의 지위를 지닌 엔화의 지위도 흔들려서 엔저(円安)가 고착화되고, 그 결과 경제는 성장하면서도 달러표시액이 크게 낮아서 성장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역성장에 빠지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있기도 해요. 그래서 한때 소련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2위를 기록했던 일본은 중국과 독일에 역전당한 이후 인도에 역전될 것도 가시화되어 있어요.
그리고, 당시의 서독은 1990년 10월 3일에 동독(Deutsche Demokratische Republik)의 최상위 행정구역인 14개의 베지르크(Bezirk)가 모두 동독을 이탈하여 서독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동독을 흡수통일하여 현재의 독일연방공화국이 되었어요. 단 독일은 서독시대든 통일 이후든 독일어 국호는 변함없이 분데스레푸블릭 도이칠란트(Bundesrepublik Deutschland)이지만요.
그 합의가 이루어진 장소인 플라자호텔은 1907년 10월 1일부터 변함없이 맨해튼(Manhattan)을 지키고 있지만 수차례 지배자본이 바뀌어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캐나다의 자본이 지배하다 창업 111년째인 2018년부터는 카타르 자본이 지배하는 호텔이 되어 있어요.
이 플라자합의는 의외로 우리나라에 반사이익이 되기도 했어요. 일본의 반도체산업이 약화되면서 비집고 들어갈 틈도 생겼는데다 일본의 국력이 커지면 제2의 진주만 침공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으니까 일본과의 역사적 관계가 나쁘면서 견제책이 될 수 있는 그러면서 급성장중인 한국이 커지는 것이 미국의 세계전략상 상당히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당시 아시아의 네 마리 용 또는 호랑이로 불리던 한국, 대만, 홍콩 및 싱가포르의 체급은 한국이 월등히 커져 그런 용어를 사장시킬 정도가 되었어요.
그럼 이제 폴리포닉 월드 이야기로.
폴리포닉 월드에도 플라자합의는 있는데 판이 좀 더 커졌어요. 미국, 일본, 뉴프러시아, 독일, 영국, 프랑스 및 이탈리아의 7개국 재무장관이 미국 뉴욕시의 플라자호텔에 모였고 미국측이 만성적인 재정적자 및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서 환율조정, 시장개방 및 신흥국으로의 일부 산업분야 이전 등을 주문했어요. 여기에 대해서 일본측이 "동맹을 약체화시키면 소련과 중국에 맞서 싸울 수 없고 미국이 단독으로 그 두 적성국을 막아낼 수도 없으니 역할분담을 하겠다" 라는 논리를 내세워 미국이 그 합의안을 변경하게 되어요. 하지만 일본은 산업을 지켜내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혹심한 차별을 받게 되어요. 이를테면 태평양지역에 점재하는 미국령 군소도서에 대해 호주나 키리바시에 대해서는 무상양도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수천억 달러에 강매한다든지, 그와 별도로 국제연합(UN)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국제기구에 국가별로 납입하는 분담금도 미국의 납입분은 일본에 전가시킨다든지 저개발국에 대한 각종 공적개발원조(ODA) 또한 미국의 명의로 일본이 부담하게 만들어요. 그러나 그렇게 때릴수록 다른 선진국들과의 연대를 통한 시장개척, 미국에 강매당한 도서지역 및 저개발국에서의 자원개발 성공 및 영향력 확대 등 때릴수록 역효과가 불거지자 미국은 일본 때리기를 단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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