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독일 국기

HNRY 2013.12.10 11:44:33

독일에서 사용되지 않는 깃발이야 여럿 있습니다만 그 대부분은 제3제국, 나치 독일과 관련되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지요.


하지만 이와 별개로 사용되지 않는 또 하나의 국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File:Flag of the German Empire.svg



이것. 바로 흑, 백, 적 삼색의 국기입니다.


이 국기의 기원을 따지자면 오래 전 1866년 프로이센-오스트리아 전쟁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빌헬름 1세와 오토 폰 비스마르크 재상을 필두로 한 북독일 연방이 이 깃발을 처음으로 사용했기 때문이지요.


원래 그 전까지, 더 정확히 1815년 독일 연방 시절부터 이미 흑. 적, 황의 삼색기(오늘날까지 독일 깃발로 사용되는 그것!)가 사용되고 있었으나 북독일 연방이 독일을 통일하게 되고 독일 제국이 새로이 성립되면서 독일 제국의 깃발은 흑, 백, 적 삼색의 깃발을 국기로 사용하게 되지요.


그리고 이 깃발은 이후 독일 제국 내에서 철십자 등과 합해져 군기로도 사용되는 등 40년이 넘는 세월을 독일 제국과 함께 해왔습니다만 1918년 독일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독일 제국이 붕괴되고 바이마르 공화국이 성립되며 과거 독일 연방 시절에 사용된 흑, 적, 황 삼색기가 다시 채용되면서 흑, 백, 적 삼색기는 국기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국기 자리에서 내려온 깃발이었지만 상선기나 군기로는 여정히 채용되어 왼쪽 상단 구석에 흑, 적, 황 삼색기를 조그맣게 넣는 식으로 함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의 뒤를 이은 국가에서 이 깃발을 채용하면서 흑, 백, 적의 삼색기는 다시 국기의 자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데……바이마르 공화국 다음에 있는 국가. 어딘 지 다 아시죠? 모르신다고요?


바로 독일 제3제국, 나치 독일로도 흔히 알려진 바로 그 국가였습니다.


히틀러가 취임한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사용하던 흑, 적, 황 삼색기를 버리고 다시 독일 제국의 국기를 채용한 이유는 아마 1차세계대전 이전의 강력한 독일 제국의 이미지를 통해 국민들을 선동하고 고무하려던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나치 독일 초창기에는 국기 뿐만이 아니라 군기 역시 기존의 독일 제2제국이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사용했지요.


하지만, 히틀러는 권력을 손에 쥔 후 점차 주변이 안정화 되어 가는 것 같자 야심을 드러내고 이 삼색기를 능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 국기를 내버리고 나치당의 깃발을 국기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사실 나치당 깃발의 색조합도 독일 제국의 삼색 조합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기존 독일 제국의 깃발이 내려지고 그 자리에 나치당의 깃발이 올라간 순간부터 삼색기의 생명은 끝이나게 된 것이지요.


나치당의 깃발이 국기의 자리를 차지함과 동시에 기존에 걸려있던 독일제국의 군기들도 모두 나치당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가 들어간 군기로 모조리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독일 제국의 상징이었던 독수리는 내려지고 하켄크로이츠 위에 앉아있는 나치당의 독수리가 그 자리에 오르게 되었지요.


이리하여 흑, 백, 적 삼색기는 영영 독일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춰버리게 됩니다.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나치당의 깃발이 내려지고 그 자리에 올라간 것은 흑, 적, 황 삼색기였고 군기 등에도 같은 도안의 깃발이 사용되고 독일 내에서 사용되는 주기는 각 주의 고유 깃발이 걸리게 되었지요. 이것은 서독 뿐만이 아니라 동독도 비슷해서 동, 서 모두 흑, 적, 황의 삼색기만이 사용되었고 통일 이후에도 그 어느곳에서도 흑, 백, 적 삼색기는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답니다.


비록 태어난 것은 흑, 적, 황 삼색기보다는 늦었지만 한 때 독일 제국의 상징으로 유럽을 호령했던 삼색기는 그렇게 나사풀린 집단으로 인해 국가와 함께 몰락해 버린 것입니다.


물론 독일 외 국가로 눈을 돌려보면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국가(ex 예멘, 이집트,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해당 도안을 차용한 것을 볼 순 있습니다. 해당 국가들의 공통점은 같은 색의 도안을 도입하긴 했지만 색 순서는 모두 위아래가 뒤집혀 있어 적, 백, 흑이라는 것이지요. 결국 순수한 형태의 도안은 그 어디에서도 사용되지 않는다고 봐도 좋겠습니다.



이상, 독일 제국의 국기를 다뤄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