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국내외 각지에서 온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할 기회가 많았어요.
그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어요. 인간의 신체능력을 얼마나 단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인데, 어떤 남학생들이 잘 이야기하는 것 중에 "맷집" 이라는 개념이 있었어요. 내구력(耐久力, Durability)과도 거의 비슷하지만 완전히 같지 않은 그 개념을 반박하는 데에 상당히 힘들었던 게 생각나네요.
저의 지론은 이것.
아무리 단련을 잘 하더라도 인체의 구조나 구성성분이 혁명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이상 한계는 있는데다 그 맷집이라는 개념은 그냥 내구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통증에의 무감각도 포괄하는 개념인데, 통증을 가볍게 여기다가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 빠지면 그게 정말 위험한 게 아니냐는 거였어요. 게다가, 그렇게 단련을 해서 발휘하는 물리력은 사실 경자동차의 기관출력보다도 더 못한 수준이니 그걸 자랑하는 게 과연 옳은 건가 하는 의문도 있어서 그걸 말했어요. 몇 사람들은 제 지론에 동의하는 성향을 보였지만 누군가는 "그건 여자인 당신이 남자의 로망을 몰라서 그런 것이다" 운운하며 제 지론에 한계가 있다는 식으로 반박을 한다든지 하는 것도 있었어요.
저는 잠깐의 생각 끝에 볼펜을 꺼내들고 "자, 그럼 그 맷집으로 이 볼펜 끝을 주먹으로 쳐봐?" 라고 반론했어요. 그러더니 바로 반응이 오네요. "그 뾰족한 끝을 주먹으로 치면 손이 뚫려버리는데 미쳤나 그런 걸 하게..." 등의. 그리고 이런 화제는 다시 나오지 않았어요.
강인한 신체를 원하고 그것을 위해 단련하는 그 자체는 좋은 일이죠.
하지만 비과학적이고 위험한 요소가 혼입된 그 "맷집" 이라는 개념은 간단한 반례 하나로도 부정되는데 그걸 맹신해서 무슨 보람이 있다는 것이지. 그때가 다시 생각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