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상순인 4월 5일에 쓴 형해화에 무감각한 나라 제하의 글에서 우려했던 문제는 이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있어요. 밖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사실상 파기라는 형태로 나타났고, 안으로는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추진이라는 형태가 제안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이달 상순에 썼던 위인설관(為人設官)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제하의 글에서 다루었던 문제는 이제 아예 브레이크가 걸리지도 않아요. 이렇게 될 대로 되는데도 범국가적인 위기의식만은 없는 것을 보니 제 예측능력이 좋긴 좋네요. 그 능력이 좀 더 발현해서 매주 로또 1등을 맞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범계(朴範界, 1963년생)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추진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대법관 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 을 추가하는 한편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의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되 최대 1/3에 해당하는 인원을 새로운 자격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채우겠다는 것.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이 될 수 있는데다 이미 현행법상으로 대법관은 대법원장을 제외하면 정년에 도달하는 70세까지는 연임이 가능하니 예의 학식과 덕망이 있다고 여겨지면 계속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거예요.
이것의 취지는 소수 엘리트 고위 법관 위주의 대법원이 아니라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의 대법원 진입기회 제공 및 사회의 다원적 가치 반영이라는데, 저는 법학을 조금 공부하기는 했지만 법학도는 아니었고 법조인의 자격을 지닌 것도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네요. 그런데 4가지는 바로 짚여요.
첫째, 그렇게 좋은 제도면 왜 그간의 자칭 "민주정부" 시대에는 하지 않았나.
둘째. 자칭 "민주정부" 가 법조인 양성코스 일원화로 추진했던 로스쿨제도는 그러면 뭐가 되나.
셋째,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려면 범죄자나 외국인도 등용하는 것은 어떤가.
넷째, 입법권자의 다양성은 증가시키면 안되나.
이렇게 의문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이럴 때만은 다양한 관점과 의견은 설 자리가 위태해질 것이니...
깊은 밤이니 잔잔한 음악을 한 곡 들어야겠어요
18세기 후반에 주로 활동했던 프랑스의 작곡가 프랑수아 드비엔(François Devienne, 1759-1803)의 바순소나타 제1번의 제1악장이예요. 1992년에 발매된 이 음원은 미국의 바로크 바순 연주자인 대니 본드(Danny Bond, 1951년생)가 연주하였고 반주자는 네덜란드의 첼로 및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인 리히트 반 데르 메르(Richte van der Meer) 및 벨기에의 쳄발로 연주자인 로베르트 코넨(Robert Kohnen, 1932-2019)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