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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시대에 전성기를 구가하는 "먹통" 과 "읽씹"

마드리갈 2024.07.23 00:18:17
인터넷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늘날은 고도로 정보화된 시대가 된 지 오래되었어요. 그러면서 관련분야의 여러 어휘도 생겼는데 한국사회가 워낙 언어에 관심이 없다 보니까 저속한 말도 마구잡이로 갖다쓰는 행태도 고착되었어요. 그 중 특히 전성기를 구가하는 어휘라면 "먹통" 과 "읽씹" 을 거명할 수 있어요.

"먹통" 은 서비스의 불통이나 장애 등을 가리킬 때 잘 쓰이고 있는 어휘. 이것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2022년 하반기에 일어났던 카카오 데이터센터의 화재사건으로 촉발된 카카오톡 서비스 중단이 그 계기였어요. 2022년 10월 16일에 "먹통" 이라는 속어로 보도된 카카오 불통사태 제하로 쓴 이 글에서는 주요 언론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바보" 나 "멍청이" 등을 뜻하는 속어인 "먹통" 을 거리낌없에 쓰고 있다는 것이 잘 보이죠. 그리고 오늘날에도 이 어휘는 절찬리에 쓰이고 있고, 간간이 언론에 나오는 어문 관련의 칼럼에서조차 비판되는 일이 없어요. 당장 구글이나 네이버 등에서 "먹통" 을 검색해 보면 수시간 전에 올라온 기사에도 버젓이 쓰이는 게 드러나고 있어요.

그리고 문제의 "읽씹" 이라는 어휘.
"일고 씹는다" 의 약칭인 이 어휘는 무시하는 태도를 가리키는 속어인 "씹다" 가 그대로 유입된 것이죠. 이 어휘가 언론에 등장한 것은 구글 검색 기준으로는 2021년 7월 10일에 나오는 것이 최초로 요즘에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쟁점이 된 한동훈(韓東勲, 1973년생)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尹錫悦, 1960년생)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金建希, 1972년생) 여사가 보내온 문자메시지를 읽고도 무시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어느 언론이나 할 것 없이 무비판적으로 쓰고 있어요. 솔직히 논평할 가치가 있는 사안인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여기서 중요한 게 아니니 난외로 하겠지만, 하고 많은 어휘 중에 "읽씹" 말고는 쓸 게 전혀 없는지 의문이 안 들 수가 없어요. 당장 "무시" 나 "간과" 라는 단어도 있는데 속어가 혼입된 약어를 써야 하는 것인가요.

이렇게 예의 두 어휘가 전성기를 구가하는데 이것도 영원할 것 같지는 않고...
앞으로 더 격렬한 그리고 저속한 어휘가 등장할 수도 있겠죠.
이를테면, 여성의 외성기에 나타난 성병 증상을 극도로 천박하게 말하는 "씹창" 같은 어휘가 "먹통" 을 대체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거예요.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개" 를 더해서 "개씹창" 이라는 말도 증식하게 될 것이고, 이것을 또 순화한답시고 로마자로 옮긴 약어인 GSC 운운할 수도 있어요. 이러한 억측이 절대 빈말일 수 없는 게, 이미 "존맛탱" 이라는 어휘가 로마자 JMT로 통용된다든지 하는 것도 있고, 일본의 사례이긴 하지만 2023년 하반기에 일본시장 내에서 "개존맛 김치" 라는 상품을 발매한 식품회사가 논란이 일자 급거 사과하고 상품명 변경을 공지하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기우가 될 수는 없을 거예요(결국 "개존맛 김치" 까지 나왔어요 참조).

저런 속어를 써서 무슨 메리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얼마나 더 천박해질지를 경쟁하는 장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대형사고를 치겠죠. 그리고 그때 후회해도 소용 따위는 없을 거예요. 결국 국어가 손상되는 일만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