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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마 합법화, 과연 반길만한 일일까

마드리갈 2024.04.08 22:06:47

이달 들어서 접한 가장 충격적인 뉴스라면 역시 독일의 대마 합법화가 있어요.

법과 질서와 합리성의 나라인 독일에서 왜 이렇게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일이 연이어 벌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반길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요.


2024년 4월 1일부터 독일 내의 성인은 최대 25그램까지 자신이 소비할 대마를 갖고 다닐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 대마를 3그루까지 자가재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조대마도 50g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되어요. 단 독일에서의 이런 합법화조치와는 별개로, 행위의 책임을 행위자의 국적에 철저히 귀속시키는 속인주의(属人主義) 법체계를 지닌 국가의 국민이 독일 내에서 대마를 사용한 것을 이유로 자국에서 처벌되는 상황까지 면책되지 않아요. 즉 우리나라는 속인주의를 채택하니까 독일에서 대마를 사용한 대한민국 국적자는 한국법에 따라 처벌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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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Cannabis in Germany: Legalization with limits, 2024년 4월 1일 DW 기사, 영어



베를린(Berlin) 시내의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 앞에서 대마 합법화를 자축하는 대마 옹호자들은 웃고 있지만, 그들이 과연 나중에도 웃을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이번의 결정이 특히 심각한 것은 세계적인 모범국가인 독일에서 이런 불합리가 발생한 것만이 아니예요. 미국의 경우는 합법화한 주와 여전히 불법방침을 유지하는 주가 혼재되어 있지만 연방 레벨에서는 여전히 금지라는 점에서 그나마 나아요. 즉 연방기관 종사자가 비록 대마가 합법화된 주 내에 거주하며 대마를 소비하더라도 연방기관으로부터 받는 불이익을 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번의 독일의 사안은 연방 레벨이라는 것에서 끔찍해요. 연방의회(Bundestag)에서 중도좌파연립여당인 독일사회민주당(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SPD), 동맹90/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 및 자유민주당(Freie Demokraten, FDP) 일제히 찬성했음은 물론 구 동독공산당 출신자들이 결성한 정당인 좌파당(Die Linke)도 역시 찬성표를 던진 것이었으니까요. 


이렇게 2분기의 시작인 4월 1일부터 개인별 소지량 및 재배량에 조건이 붙은 채로 대마가 합법화된 게 전부가 아니예요. 3분기의 시작인 7월 1일부터는 회원수 500명 이내의 사설클럽이 공동 대마농장을 운영하여 생산한 대마를 회원들에게 배부할 수 있는 길도 열려요.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면, 대마 합법화를 실시중인 미국의 연방주들처럼 각급학교, 유치원, 공공유원지, 스포츠시설 근처 및 7시-20시 시간대에서의 도심의 보행자구역 내에서의 대마 소비가 금지된다는 것인데, 그렇게 대마가 무해하다면 왜 교육시설이나 스포츠시설이나 대중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안된다는 것일까요? 이런 조치에서 이미 합법화를 밀어붙인 그 자체의 의도가 매우 의심스러워요.


이미 유럽 국가에서는 포르투갈, 스페인, 스위스, 체코, 벨기에 및 네덜란드가 조건부 대마 합법화를 시행했지만 결코 좋은 이야기가 안 나온다는 것 정도는 잘 알려져 있어요. 이 법안을 "악마를 쫓아내고 그 자리에 벨제붑(Beelzebub)을 앉혀 놓았다" 라고까지 비판하는 의료전문가도 있을 정도. 게다가 대마를 합법화한 태국에서 이미 합법화의 부작용이 극심해지고 있어서 철회의 움직임까지 나타나는 실정인데 과연 독일이라고 다를 수 있을까요(순탄치 않은 태국의 대마 방임주의노선 폐기 참조)?


2021년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내의 18-25세 연령대의 절반 정도가 이미 대마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다 정부에서도 단속비용 등의 문제로 어느 정도의 관용을 베풀어주는 방식의 비범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로 표명하고 있어요. 그리고 의회에서는 범좌파의 연합으로 합법화 찬성화를 강행했고. 밤거리의 치안이 안 좋은 것으로 악명높은 유럽 각국의 밤거리의 문제는 더 심각해질 뿐만 아니라 중부유럽의 독일 또한 예외없이 그렇게 되겠네요. 누구를 위해서 던져진 찬성표일까요.


국내의 이 뉴스보도는 마치 독일이 잘했다는 듯한 논조로 진행되고 있어요.

이것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을지도 묻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