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줄곧 있었던 한글전용론과 국한혼용론의 40여년의 대립에서 이제는 한글전용론이 완전히 대세가 된 듯합니다. 저는 국한혼용론을 지지하는 편이지만 포럼의 글에서 반드시 국한혼용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데에서도 한글전용의 완승이 증명된 것 같은데, 여기서 꽤 도발적인 주장을 하나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목에서 밝힌 그대로입니다. "한글전용자들은 침묵하지 말라."
한글전용에서 전용(専用)이 무엇이겠습니까. 오로지 그것만 쓴다는 의미입니다. 한자는 물론이고 한글이 아니면 다른 문자체계는 일절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숫자든 로마자든 키릴자든. 그런데 정말 그렇게 순수하게 한글전용을 실천하는 경우는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창간호부터 한글전용을 고집하는 어떤 신문조차도 숫자를 혼용하는 등, 한글전용에 가깝기는 하지만 순수한 한글전용이 실천되는 것은 아닌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이상한 것은, 코로나19 판데믹 시기에 많이 쓰였던 표기인 "n차감염" 이라는 말.
여기에 한글전용자들이 목소리를 내었는지는 과문(寡聞)의 탓인지는 몰라도 들은 바 없습니다. 사실 얼마든지 다차감염(多次感染) 또는 다중감염(多重感染) 등으로 쓸 수 있었는데 이런 데에서만큼은 조용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로마자 알파벳인 N이 한글의 영역에 포섭된 사실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겠지요.
2월 11일에 시어하트어택님이 기고해 주신
GTX와 크로스레일, RER, 그리고 창작물 속의 교통망 제하의 글을 다시 읽다가 동생의 코멘트를 읽고 느낀 게 있습니다. 동생이 지적한대로 GTX라는 용어의 조어방식도 조악한데다 노선명 또한 한국적인 요소도 역사성도 없는 무성의한 것이고 기능적으로도 연선지역 자체를 유추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표기방식도 로마자 알파벳. 어떠한 로마자 알파벳도 한글자모로 인정된 적이 없는데 왜 한글전용론자들은 이 사안에 항의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다못해 "GTX-A" 를 "지티엑스-에이" 로 순화(醇化)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낼 법한데 이럴 때만은 그 흔한 존재감마저 없습니다.
한글전용론자들은 절대로 침묵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이 지키지 않는 한글전용론의 모순을 자복(自服)해야 하고, 남이 한글전용을 지키지 않는 점을 지적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조용하다면 그들은 위선자(偽善者)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