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쓴 글인
뭔가 부조리한 두 형사사건의 결과에서 언급했던 것보다 더욱 부조리한 일이 2023년의 끝자락에 일어났어요. 11월 17일에 서울의 아파트단지에서 8세 소년이 아파트 밖으로 던진 돌에 70대 노인이 맞아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는데 문제는 그 주범인 소년이 촉법소년인 10-14세보다도 더욱 어려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 소년의 별 생각없는 행동으로 인해 70대 남성은 절명했고 그 집안은 반려자이자 가장을 잃은 슬픔에 빠졌지만 누구도 처벌받을 일이 없게 되어버렸어요.
이 사건에 대해서는 이하의 기사를 참조해 보시길 부탁드려요.
그리고 이 사건에서 같이 생각나는 이름인 파벨 모로조프(Павел Морозов, 1918-1932).
14번째 생일을 맞이하지 못한 채 죽은 소련의 이 소년은 1932년에 자신의 아버지 트로핌의 반혁명적 발언을 정치경찰에 신고하여 아버지를 강제수용소에 수감시킨 그 이후 영웅시되었다고 알려졌어요. 그리고 그는 같은 해 자신의 남동생과 함께 가족과 친척의 칼에 맞아 죽는 것으로 이 세상을 떠났어요. 그것이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의 전부.
20세기 전반의 파벨 모로조프는 비록 사적제재의 형태이긴 하지만 책임을 졌어요.
그러나 2023년의 그 8세 소년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고 책임을 질 가능성도 없어 보여요. 민사재판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친권자인 부모의 책임일 뿐 그 소년 본인이 부담하는 것은 아니예요.
1932년의 소련은 분명 2023년의 우리나라보다 더 못한 사회인 무자비한 인권탄압시대였을 것이죠. 즉 뒤집어 말하면 2023년의 우리나라는 인권이 보장된 사회. 그런데 그런 사회에서 이렇게 침해된 인권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네요. 이런 사각(四角)은 얼마나, 언제까지, 그리고 왜 정당화되어야 할까요?
결국 우리의 삶이라는 건 이런 것인가요.
옆집이 화염에 휩싸이면 자신의 집도 위험하다.
Accensa domo proximi, tua quoque periclitatur.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단지에 살고 있는 현실에서 저런 일이 횡행하면 결국은 이렇게 되겠죠.
나는 현재의 그대, 그리고 그대는 지금의 나.
Eram quod es, eris quod s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