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시대를 부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연도를 기준으로 부르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시대를 풍미하던 사조(思潮)나 구체적인 사물의 양식(様式)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 말고도 국가원수를 기준으로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령 영국의 튜더 왕조,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 제정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 등이 시대구분에 쓰이기도 하고, 현재 일본에서는 독자적인 연호를 쓰는 방식을 택하여 2019년 5월 1일부터 현재까지를 레이와(令和) 시대라고 부르는 전통을 이어 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사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시대를 말할 때 어느 왕조의 무슨 왕의 치세를 기준으로 한다든지, 현대사의 경우에는 대통령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의 대통령은 윤석열(尹錫悦, 1960년생). 그래서 현재는 윤석열 정부의 시대라고 봐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지요.
어느 해를 딱 집어서 그때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그 해의 국회 구성상황이 어떻게 되는지까지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회 구성상황은 아무래도 대통령보다는 존재감이 낮기 마련입니다. 바로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의 이상한 법안 발의 강행의 저의가 보입니다. 제목에 나온 것처럼 역사왜곡의 정치가 바로 그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의 절대적인 다수당이 된 것은 2020년 6월 5일에 개원한 제21대 국회.
원 구성 때와는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습니다만 일단 올해 시점에서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115석을 차지한 반면 개원 당시에 여당이었다가 2022년의 대선패배로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170석이고 그 외에 정의당이 6석을,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및 진보당이 각각 1석씩을 점유중이고 무소속이 6석입니다만 문제는 그 무소속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는 것. 이것까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 상황에서 만들어진 법안은 과연 후세에 어떻게 기억될까요? 2023년의 대통령이 윤석열이니까 2023년에 만들어진 법안은 좋든 싫든 윤석열 시대에 만들어진 법안이 됩니다. 그 법안이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좀처럼 기억하기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역사왜곡이 쉽게 만들어지게 됩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첫 거부권 행사 및 재의결 부결로 끝났습니다만 간호법은 어느 선택을 하든지간에 큰 논란을 피할 수가 없게 되었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밀어붙인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대한 통칭 검수완박 법안이라든지 대통령의 임명권 축소와 조약통제를 추진하는 법안을 밀어붙인다든지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좋은 법안이면 그들이 여당일 때 왜 안했을까요? 간단합니다. 역사왜곡의 정치를 해야 하는데 자신들이 여당일 때 악역을 자처하게 되면 역사 속에 박제되어 계속 지탄받게 되지만 자신들이 야당인 상태에서 의석수가 많으면 그 수적우위를 통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정부와 여당에 돌릴 수 있어서입니다. 그러니 다수 의석의 힘을 내세워 폭주하는 것입니다.
이전에 쓴 글인
가짜뉴스, 스토킹, 테러 및 불복의 정치의 끝부분에 쓴 문장인 "앞으로 더한 것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고, 민주주의의 폐제(Vernichtung der Demokratie) 내지는 민주주의의 파괴(Zerstörung der Demokratie)가 다음 대기열에 있습니다." 는 바로 이렇게 진행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