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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리나라의 철도시스템은 잘못되어 있다 #4 도로와의 비교

마드리갈 2013.06.08 16:32:31

지난 글 序

지난 글 #1 철도통계의 맹점

지난 글 #2 국가별 통계 A

지난 글 #3 국가별 통계 B


이번에는 철도시스템이 충분한지 부족한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도로와 비교를 해 보겠어요.

그런데 어떤 도로와 비교해야 할지의 문제가 있으니까 비교대상이 어떤지 그 속성에 대해서 정의를 해야겠어요.


사실 도로는 철도보다 많을 수밖에 없어요. 고정된 규격을 가진 궤도보다는 그냥 지면을 다지고 닦아서 만드는 도로가 더욱 만들기 쉽고 운영 면에서 손이 덜 가니 도로와 철도를 일대일대응시킬 수는 없어요. 그래서 철도와 대응되는 도로에는 다음과 같은 속성이 필요해요.

  1. 자동차만을 위한 도로일 것 - 철도 또한 궤도에 구속되어 달리는 전용차량이 필요.
  2. 간선교통체계를 담당하는 장거리 교통로일 것 - 철도는 기본적으로 중장거리 교통수단.
  3. 평균주행속도가 최저 80~130km/h 내외의 범위에 들 것 - 철도의 여객열차 운행속도와 거의 일치.
  4. 고정 교통량이 확보될 것 - 대부분의 철도는 정기 여객/화물열차가 있음.

이렇게 속성을 정리해 볼 때, 철도와 대응가능한 도로는 고속도로임을 알 수 있어요.


그러면 국가별로 고속도로 영업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겠어요.

일단, 세계적으로 경제가 발달한 나라들이 가입한 국제기구인 OECD의 고속도로 네트워크 총량으로 알아볼께요. 검은색은 고속도로, 파란색의 괄호 안은 철도의 영업거리가 되어요.  여기에서는 회원국 34개국 중 고속도로가 있는 회원국만을 다루어 볼께요.

  1. 미국 - 75,008km (224,792km)
  2. 캐나다 - 16,900km (46,552km)
  3. 독일 - 12,363km (41,981km)
  4. 프랑스 - 10,843km (29,640km)
  5. 스페인 - 10,286km (15,064km)
  6. 일본 - 7,383km (23,474km)
  7. 이탈리아 - 6,487km (24,179km)
  8. 한국 - 4,044km (3,557km)
  9. 영국 - 3,555km (16,321km)
  10. 포르투갈 - 2,647km (2,842km)
  11. 네덜란드 - 2,274km (2,896km)
  12. 폴란드 - 2,167km (19,627km)
  13. 터키 - 2,100km (12,000km)
  14. 벨기에 - 1,763km (3,513km)
  15. 스웨덴 - 1,740km (12,821km)
  16. 오스트리아 - 1,678km (5,927km)
  17. 스위스 - 1,361km (5,063km)
  18. 덴마크 - 1,340km (2,667km)
  19. 헝가리 - 1,335km (7,942km)
  20. 체코 - 1,050km (9,487km)
  21. 아일랜드 - 663km (1,919km)
  22. 슬로바키아 - 580km (3,658km)
  23. 노르웨이 - 194km (4,114km)
  24. 뉴질랜드 - 171km (4,128km)
  25. 룩셈부르크 - 147km (275km)

참고로, OECD 미가입국 중의 경제대국의 수치도 소개할께요.


이상의 소개한 국가 중 철도가 고속도로보다 적은 나라가 몇 나라 있는지를 찾아보세요.

한국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한국은 국토가 좁으니까 철도가 고속도로보다 발달하기 힘들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주장을 만족하려면, 열거된 국가가 모두 한국보다 국토가 넓어야 한다는 전제가 만족되어야 해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네덜란드나 벨기에만 하더라도 한국보다 국토가 좁은데 고속도로보다 철도의 영업거리가 길어요. 심지어는 룩셈부르크조차도 한국과는 패턴이 같지 않은게 보이지요? 따라서 이 주장은 간단하게 논파되어요.

한국이 산악국가니까 철도에 불리하다고 주장할 수는 있어요. 영국, 네덜란드나 벨기에는 확실히 평지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과연 이게 사실일까요? 대표적인 산악국가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및 노르웨이를 보세요. 그런 주장 자체가 설득력이 전혀 없다는 것도 바로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자동차생산국이니까 이렇다는 주장은 아예 고개조차 들지 못해요. 국적 자동차기업이 있는 OECD 국가인 미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일본, 이탈리아, 영국, 스웨덴은 물론, OECD 비회원국인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도 국적 자동차기업이 있는데 중국을 제외하면 고속도로보다는 철도의 영업거리가 더욱 길어요.


또한 고속도로는 대부분 철도보다 나중에 등장한, 자동차의 보급과 궤를 같이 한 새로운 교통로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되어요.

한국의 철도개통연도가 몇 년이었죠? 1899년이었어요. 그럼 고속도로개통연도는? 1968년. 두 세대가 넘지요. 해외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서, 본격적인 개념의 고속도로는 상업철도 운전에서 1세기 이상 흐른 나치 치하의 독일의 아우토반으로 시작했어요.

게다가, 고속도로는 철도에 비해서 차지하는 면적이 넓은데다, 교차로가 차지하는 면적 등이 넓어서 이것을 무작정 확장하기에는 여러 난점이 있어요. 그래서 고속도로는 철도를 보조하는 간선교통로이자 역사가 짧고 부지매입, 교차로의 설계 등의 여러 문제가 있어서 확장하기에도 철도보다는 난점이 더 많이 존재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만 고속도로가 철도보다 많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철도에 아예 투자를 안 하니까. 이것으로 귀결되어요.

이렇게 절대적인 규모조차도 만족하지 못하는 한국의 철도시스템의 현실이 이런데 특정 국가의 전유물도 아닌 것으로 판명된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국가라고 철도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것은 과연 정당할까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의 이 지론을 바꾸려면 철도시스템이 발전해야 해요.


그런데 열차운행방식을 보면 발전가능성이 있을지조차 의문이 들어요.

더욱 비관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은 철도의 불모지대같아요. 세상에 이런 데가 또 있을 정도로.



다음 회차에서는 열차운행방식을 다루도록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