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 앞선 주의사항
이 글은 2022년 7월 8일 일본에서 발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1954-2022) 전 내각총리대신에 대한 총격테러사건에 대한 사항을 담고 있어요. 주된 화제가 테러리즘 및 관련사항이니까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아울러 이 글은 철저히 테러리즘에 반대하는 시각에 입각해 있으며 피해자인 그의 국내외 행적에 대한 평가는 일절 없다는 것을 알려드릴께요.
세계적으로 치안이 좋은 나라 하면 보통 일본, 한국 및 싱가포르를 꼽기 마련이죠.
그 중 싱가포르는 사회적 통제가 매우 엄격한 도시국가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보니 일단 한일 양국이 치안의 세계 투탑이라고 보면 거의 틀리지 않죠. 게다가 일본은 타국과 육상국경을 공유하지 않는 섬나라인 터라 일본으로의 도항은 대부분이 항공으로만 가능하고 후쿠오카, 시모노세키, 고베, 오사카의 경우는 선박도 가능하지만 현재 선박도항은 코로나19 판데믹 이후로는 무기한 중단되어 있으니 일본에 총기를 휴대하고 입국하기란 정말 힘들죠. 물론 폭력단이 세계 각지에서 총기를 밀수하여 일본국내에 유통하기는 하지만 그것 또한 제한적이라서 일본에서의 총기테러란 일부 폭력단들의 세력다툼을 제외하면 거의 볼 수 없는 드문 일이기도 해요.
그렇게 총기테러를 거의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일본에서 총기테러가 발생했고, 그것도 자작한 총기를 이용하여 비록 전직이긴 하지만 정계의 정점인 내각총리대신을 역임했던 사람을 지근거리에서 그 총기로 죽일 수 있었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일본의 치안상황을 전제한 대테러대책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요.
일본의 경찰백서 최신판을 보기로 해요.
최신판은 레이와 3년(2021년)에 발간된 것으로 2020년 및 2021년의 통계자료를 담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 주시기를 바랄께요.
특히 자료편(
바로가기)에서는 일본의 인구대비 경찰관 인원의 부족을 여실히 알 수 있어요.
2020년 1월 1일 기준 일본의 총인구는 127,138,033명이고 2021년 4월 1일 기준 경찰관 정원은 259,093명. 경찰서는 1,149개소, 경찰관 1명당 인구는 490명을 넘어요. 당장 우리나라의 경찰인력 현황의 경우 2020년 기준 경찰관 정원이 126,227명에 경찰관 1명당 인구가 402명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죠(
경찰 인력 현황 : 지표상세화면 바로가기). 게다가 이번에 테러사건이 발생한 나라현(奈良県)의 경우는 인구 1,353,837명에 경찰관 정원은 2,481명으로 최소한의 인원이 겨우 유지되는 레벨. 사실 이 정도면 전직 총리이자 현직 국회의원인 사람의 찬조연설 경호에 충당하면 일상의 치안 자체가 유지되기 힘들 정도로 공백이 커지게 되어요. 그래서, 인구와 국토 규모에서 터무니없을 정도로 경찰관 인원이 부족한 일본에서는 우선 경찰관의 양적규모 확대가 있어야 해요.
분명 이번의 테러사건은 경호대상의 배후가 완전히 무방비상태였다 보니 질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왜 양적규모 확대를 이야기하는가를 간단히 이야기할께요. 순환논리같기는 하지만, 인재의 선발과 충원은 대상이 되는 인재풀이 큰 편이 우수한 인적자원에 유리하고, 그 편이 다른 분야에 인원을 차출하여 돌리더라도 공백이 적어서 부하가 줄어드니까죠.
이렇게 상황을 생각해 볼께요.
특별임무가 필요할 경우 10,000명에서 100명을 차출하는 A집단의 경우와 5,000명에서 100명을 차출하는 B집단의 경우. 두 집단 모두 100명씩을 차출하는 것이지만 차출되지 않고 통상임무를 수행하는 인원의 경우는 절대 같지 않아요. A집단에서는 9,900명이고 B집단에서는 4,900명으로 A집단과 B집단의 인원비율은 전체로는 2:1이지만 통상임무 수행인원의 비율은 2.2:1로 더욱 벌어지니까요. 게다가 모든 인원이 항상 근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출장, 교육, 휴가 등의 상황도 있어서 현직이 아닌 경우도 있다 보니 이 경우 남은 인원에 부담이 더욱 크게 가해지는 쪽은 B집단이 될 수밖에 없어요. 현재의 일본 경찰의 경찰관 인원부족은 바로 이런 문제인 것이죠.
또한, 일본에서는 총기의 유입이 쉽지 않고 또한 과거의 정치테러가 주로 돌격해서 흉기를 휘두르는 식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보니 경호에서도 총기사용을 전제로 한 훈련은 없거나 부족했던 것으로 보여요. 더구나, 안그래도 인원부족에 시달리는데 연설하는 시간 정도만 지킬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없다고도 단언할 수도 없죠.
그런데 이번의 테러범은 총기를 직접 만들었고, 또한 시선이 닿지 않아서 소홀해지기 쉬운 연설자의 배후에 근접해서 그 총기를 사용했어요. 거기에 더해 폭발음이 처음 났을 때 뭔가 심상찮은 일이 일어났다고 판단하여 대응하는 것도 없었죠. 그러니 테러범은 사실상 무인지경에서 자신의 목적인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정확히 노려 죽일 수 있었고, 7월 8일 오후에 그의 목적이 달성된 것이었어요.
지원연설 당일 경호인력이 나라현경찰본부 및 경시청 SP에서 파견되기는 했어요.
이 구조 또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일본의 경찰은 내각부(内閣府) 산하의 국가공안위원회(国家公安委員会)가 경찰청(警察庁)을 지휘하고 그 산하에 47개의 도도부현경찰본부(都道府県警察本部)가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이것 중 도쿄도(東京都)를 관할하는 경시청(警視庁)과 홋카이도를 관할하는 홋카이도경찰본부(北海道警察本部)는 다른 경찰본부와는 달리 경찰관구에 속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방경찰이라는 점은 여전해요. 또한 경시청 SP는 시큐리티폴리스(Security Police)라는 정예조직으로 요인경호를 담당한다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소속인원은 200여명이고 그 중에는 행정직이나 예비인원 등도 있다 보니 실제로 현장에 투입가능한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아요. 이것에도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제 판단.
경시청이 특별한 지위를 지닌다지만 기본적으로는 도쿄도의 경찰이고, 이것으로 현지 경찰본부와의 관할권 논란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요. 그리고 이 우려도 기우가 아닌 것이, 도쿄도의 남쪽에 인접한 카나가와현(神奈川県警察本部)을 관할하는 카나가와현경찰본부는 굉장히 사이가 나쁜 문제도 있으니까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의 비협조도 배제할 수 없으니까요. 사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국가경찰의 설립도 있고 실제로도 황궁경찰본부(皇宮警察本部)가 조직되어 도쿄 및 교토의 황실시설을 관할하고 있는 등의 대안이 있음에도 이 점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투자가 없었어요.
또한, 도도부현경찰본부 중 경시청, 오사카부경찰, 홋카이도경찰, 치바현경찰, 카나가와현경찰, 아이치현경찰, 후쿠오카현경찰 및 오키나와현경찰의 8개에만 설치되어 있는 특수급습부대(特殊急襲部隊) 또한 11개반 300명 규모로 적은데다 그 부대들은 지방경찰 소속으로서의 관할권 문제의 한계 및 전략설비 및 국제교통의 허브가 입지한 요충지에서의 대테러전 긴급수행을 담당해야 하니 요인경호와는 방향성이 달라서 인적경호에는 투입이 곤란한 문제도 있어요.
이 테러사건으로 분명 일본의 치안상황은 크게 바뀌었어요.
그리고 그 바뀐 치안상황이 요구하는 것도 이전과는 같을 수는 없을 거예요.
경찰의 양적규모 확대, 총기사용의 위험도 전제하는 경호역량 육성 및 각 지방경찰의 관할권 문제에서 자유로운 국가경찰조직의 창설 운용이 급선무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