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환경정책은 세계의 환경운동가들에게는 모범적으로 보였어요.
특히,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일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무역대국이다 보니, 덴마크처럼 인구가 적은 다른 환경선진국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산업경쟁력이 막강해서 독일 하면 대부분의 산업분야에서 전세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얼마 안 되는 국가도 얼마든지 친환경으로 지속가능하다는 좋은 사례로 여겨졌어요. 그러나 모두 위의 두 문장은 모두 과거형으로 끝나고 있어요.
독일이 이제 어떻게 나오는지를 볼까요?
소개하는 이 기사의 제목만 봐도, 독일의 행보는 이전까지의 친환경 기조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거예요.
Germany to fire up coal stations as Russia squeezes gas supply, 2022년 6월 19일 CNN Business 기사, 영어
독일에서는 가동중단 후 예비시설로 지정해 둔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해야 할만큼 상태가 좋지 않아요.
게다가 이 결정을 내린 정책결정권자는 독일의 부총리이자 경제장관인 로베르트 하벡(Robert Habeck, 1969년생)으로, 환경주의자 정당인 녹색당 소속. 이런 환경주의자가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확대를 지시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역설임은 물론, 가스 공급을 대폭 줄인 러시아에 맞서야 하는 독일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엿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해요.
그나마 위안거리가 하나 있다면, 독일은 석탄수요를 상당부분 자급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독일은 전세계 국가들 중에서 석탄 생산량이 상위 10위 안에 반드시 드는 석탄대국인데다 부존량 또한 확인된 매장량이 360억톤 이상으로 독일 자체수요를 수십년간 감당할 레벨은 되니까요. 게다가 부존량의 대부분이 국제거래가 그다지 많지 않고 발전용 이외에는 딱히 용도가 없는 갈탄(Lignite)이라서 국제적으로 많이 유통되고 발전용 이외에도 제철공업 등의 다른 분야에도 많이 쓰이는 역청탄(Bituminous Coal)의 가격이 상승하든 말든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으로 경상수지에 악영향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렇게 확실해진 게 있어요.
탈원전은 실리도 구호도 무엇하나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
게다가, 독일처럼 석탄이 풍부하지도 못한 우리나라의 상황은 독일같은 대안적 시나리오조차 여력이 없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