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중국에 가본 적도 없는데다 갈 기회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천안문 관련으로는 묘하게 엮인 게 있습니다. 특히 오늘인 6월 4일이 천안문광장에서의 참극이 있었던 날이다 보니 이 날에 맞춰서 몇 가지를 써 보기로 하겠습니다.
전국 각지의 중화요리점의 간판 하면 대체로 이런 것들이 있지요.
중국의 대도시 이름이 들어가거나 그 자체라든지, 상호가 반점(飯店), 각(閣), 루(楼), 성(城) 등으로 끝난다든지, 중화문물을 연상케 하는 게 많습니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화교가 경영하는 중식당도 꽤 있고 그런 경우에는 화상(華商)이라고 써 붙여놓았다든지 등등이 있습니다. 묘하게 천안문(天安門), 금문도(金門島) 등의, 북경의 공산당정권이 불편해 할만한 상호는 참 보기 힘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살 때에 생활거점 주변에 그런 상호의 식당을 각각 하나씩 본 적이 있긴 합니다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군복무 때 있었던 일도 묘하게 천안문과의 접점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배속된 부대는 따로 헌병대가 주둔하지 않다 보니 부대 주변지역의 순찰은 본부중대의 중대원들이 순번제로 헌병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주변지역의 클럽 등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장소로, 언제라도 불시에 촉발될 수 있는 충돌에 항상 조심해야 하는 곳이라서 순찰을 돌 일이 많았습니다. 러시아어 회화가 가능한 저는 클럽의 여성종업원 중에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권 출신이 많은 사정상 특히 자주 차출되었습니다.
순찰은 2인 1조의 버디시스템(Buddy System). 카투사가 소속되는 경우는 반드시 계급이 높은 미군과 계급이 낮은 카투사가 버디를 이루는 식이었습니다. 같이 순찰업무를 수행하던 미군과 여러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중 미군이 중국 관련을 언급하면서 Tiananmen Square Massacre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에게는 천안문광장 학살사건의 영어명을 모르고 있었다 보니 그 어구는 처음 접하는 것이었습니다만, 문맥과 발음을 토대로 그것의 지칭대상은 바로 추론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접점이 생겼고, 아시아 각국의 문물을 영어로 설명할 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보다 깊게 생각하고 배우는 계기로도 이어졌습니다.
나중에는 부대 도서관에 비치된 영역된 아시아 문헌을 읽으면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손자병법을 The Art of War로 표현하고 저자인 손자(孫子)를 Sun Tzu로 나타낸다든지 등을. 한국의 성씨와 본관을 어떻게 외국인에게 영어로 설명하는지 등으로도 표현의 영역은 차차 넓어졌습니다.
일본에서 중국인 활동가들을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중국어로 말을 걸면서 자료를 배부하던데, 저는 중국어 텍스트를 읽을 수는 있지만 말하고 듣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것을 일본어로 말하니까 그제서야 그 중국인 활동가들이 일본어로 된 자료를 건네주었습니다. 그것 또한 천안문광장에서의 만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환기를 요구하는 것들.
요즘 국내 미디어에서 중국어를 편애하는 경향이 하도 짙다 보니 "천안문" 은 거의 들리지 않고 중국어 발음을 따라한다고 "톈안먼" 으로 읽고 쓰는 경향이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그 표기를 모르는 상황에서도 문맥과 발음을 통해서 추론하여 영어표기를 추가로 배울 수 있었던 터라, 현지원음주의라는 그럴듯한 헛소리로 언어환경을 오염시켜서 중국어 표기는 알고 그것을 국어나 다른 언어에 실시간으로 응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길은 막는 게 과연 옳은 길인지 국립국어원과 언론사에 진지하게 질문해 보고 싶습니다.
대답을 못하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남극의 이름은 펭귄에게 물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