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학원강사로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겪은 일도 많았는데 오늘은 이게 생각납니다.
수업시간 중에 자동차 이야기가 나왔길래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자동차 브랜드라든지, 차체의 형태 같은 것에 대해서.
어떤 남학생이 득의양양하게 말했습니다.
"강사 월급 그거 얼마 한다고 그런 차 욕심내세요? 그냥 중고차 싼 거 타고 다니세요. 분수 모르는 소리 하지 마시고."
그 학생은 학원장의 아들.
그것을 알고 있던 저는 이렇게 맞받아쳤습니다.
"그래, 너희 아버지가 월급을 적게 주셔서 내 이야기가 분수 모르는 소리가 되었군. 미안하게 됐네?"
그 학생은 도리어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그 뒤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학원의 원장은 강사 전체회의 때 자기재산이 얼마이고 운운하는 것을 즐겨했습니다. 아직 액수도 기억나는군요. 4억 3천만원이라고. 그런데 그 학원이 저의 이직후 도산했습니다. 그리고 그 학원이 문닫은 후에는 학생들도 최소 100여명 정도가 이직한 학원으로 옮겨 왔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저는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학생의 집안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만, 확실한 건 하나 있습니다.
뭔가 조금 있다고 그게 아주 대단한 것처럼 여기고 날뛰다가는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고, 그 상황이 되었을 때 동정해 주거나 도와줄 사람은 아예 없다는 것.